악바리의 ‘끈적 농구’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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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바리’ 최윤아(40)가 돌아왔다. 여자프로농구(WKBL) 인천 신한은행의 전성기를 합작한 ‘원 클럽 맨’ 최윤아는 은퇴 8년 만에 친정 팀 지휘봉을 잡았다.
하위 팀 리빌딩이라는 큰 숙제를 떠안은 신인 감독은 “더 떨어질 곳이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체질 개선을 할 것”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지난 3월 신한은행 감독으로 부임한 후 3개월, 최 감독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직접 코칭 스태프를 섭외하고 새 시즌 전력 구성을 마쳤다. 이달부터는 연습경기를 치르며 선수들의 실전 감각을 테스트하고 있다. 일주일 뒤 퓨처스리그 경기가 시작한다. 지난 24일 용인 신한은행 연수원에서 만난 최 감독은 “하루하루가 고민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2시즌 연속 정규리그 5위를 기록하며 6개 팀 중 4개 팀이 나가는 봄 농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최 감독이 선수로 뛰던 시절 6시즌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던 왕조 시대의 ‘레알 신한’과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
최 감독이 부임하면서 신한은행은 한층 젊어졌다. 아베 마유미 코치(41), 김동욱 코치(36)까지 코치진의 성별과 국적도 다양하다. 최 감독은 아시아쿼터 선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선수 시절부터 알고 지낸 마유미 코치를 1순위로 영입했다. 성별의 경계 없이 다양한 전술을 사용하기 위해 서울 SK 유소년팀을 지도하던 김동욱 코치를 선임하며 ‘최윤아호’가 완성됐다.
최 감독은 2017년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뒤 신한은행과 부산 BNK, 한국 여자농구 국가대표팀에 이르기까지 여러 팀을 거치며 코치 생활을 했다. 지난해에는 프로 진출에 실패한 남자 농구 선수들의 재기를 돕는 유튜브 웹 예능 ‘턴오버’에서 남자 선수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다년간 코치 생활을 통해 최 감독은 ‘끈적끈적한 농구를 하자’는 철학을 확립했다. 최 감독은 “우리 팀의 장점을 집요하게 활용하고, 상대 팀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하는 ‘끈끈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수 시절 ‘악바리’로 유명했던 최 감독의 농구관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최 감독은 선수들에게 소통과 예의를 강조했다. 최 감독은 “선수들에게 ‘코트 밖에서는 싸워도 상관없지만 이 안에서는 너희 선수들끼리 가장 친한 사이라는 걸 잊지 말라’고 강조했다”며 “선수끼리 끈끈한 유대가 있어야 경기할 때 전술 실행도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전력은 결코 강하지 않다. 지난 시즌 개막 직전 에이스 김소니아가 BNK로 이적한 데 이어 올해는 강계리, 구슬, 이경은 등 베테랑들이 대거 떠났다. 아시아쿼터 전체 1순위로 뽑혀 골밑을 책임졌던 타니무라 리카도 은퇴했다.
이탈 선수가 많은데 전력 보강은 없다. 신지현의 재계약 사인을 받아낸 것이 올해 에어컨 리그에서 올린 신한은행의 가장 큰 성과다.
최 감독은 “사내 AI에 이번 시즌 신한은행 예상 순위를 물었더니 6위라고 하더라”면서 “똑똑한 AI라고 생각했다. 나간 선수는 많지만 들어온 선수가 없는 만큼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6위가 맞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위기는 곧 기회다. 최 감독은 “오히려 긍정적이다. 더는 떨어질 곳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할 수 있다”며 “팀 체질 개선을 우선시하면서 시즌을 치르려 한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신한은행을 과거 왕조를 이뤘던 시절처럼 ‘상대하기 힘든 팀’으로 만들고자 한다.
최 감독은 “다른 팀이 ‘신한은행을 만나면 힘들다, 경기하기 싫다’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며 “우리를 이기더라도 힘들게 이기게 하고 싶다. 그런 경기가 많아진다면 성적은 충분히 따라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신한은행을 뿌리부터 단단하게 만드는 게 첫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대중문화에서 마법이나 약물을 통한 정신 지배는 단골 소재다. 스타크래프트의 ‘마인드 컨트롤’이 대표적이다. 개인의 마음을 장악하고 통제한다는 발상은 전혀 낯선 것이 아니지만, 그것이 발발 75주년을 맞은 한국전쟁이 남긴 유산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국전쟁에서 개개인의 마음은 ‘주전장’이었고, 마음을 포획하고 장악하려는 기술들이 서로 경쟁했다. 일제강점기에서 이어진, ‘빨갱이’의 전향을 목적으로 한 사상 통제가 대표적이다. 고문은 한 개인의 마음을 무너뜨리고 지배해 전향시키려는 기술이었고, 고문이 가해지는 나약한 인간의 몸과 마음은 곧 ‘사상전’의 전장이었다.
전향이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았다. 전향자 관리를 위해 조직된 국민보도연맹은 전쟁이 터지자 학살의 대상이 됐다. 전쟁이 끝나고 자유송환 원칙에 따라 돌아온 국군 포로들은 사상심사를 받아 처형되기도 했다. 살아남은 국군 포로는 일상적 감시와 통제를 받았다.
미군은 사회과학을 동원해 개인의 마음을 공략하려 했다. 적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항복을 유도하려는 삐라와 확성기는 지금까지 이어진다. 귀환을 거부하는 ‘반공 포로’를 만들기 위해 미군은 공산군 포로를 대상으로 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이는 거제 포로수용소 내 유혈 사태의 원인이 됐다. 병사와 포로의 마음은 미군 ‘심리전’의 주전장이었다.
미국도 전쟁 후 돌아온 포로들을 의심했다. 공산군 포로를 향한 미국의 심리전처럼, 공산군도 연합군 포로를 대상으로 유화정책과 교육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미국에 충격을 준 건 본국 송환을 거부한 21명의 미군 병사였다. 포로 송환 이후 미군은 대대적인 수사를 통해 포로수용소에서 공산군에 협력했던 미군 포로를 이적 혐의자로 처벌하려 했다. 그러면서 미군 포로의 이적 행위와 송환 거부를 설명하기 위해 ‘세뇌’라는 개념을 고안했다.
사실 미군 포로의 협력과 송환 거부에는 미국의 계급 및 인종차별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를 인정하는 대신, 불안에 휩싸인 미국은 공산주의의 신비한 세뇌 기술에 대항하는 심리전 기술을 발전시키려 했다.
그 극단에 1970년대 언론을 통해 폭로된 중앙정보국(CIA)의 ‘세뇌 프로젝트’가 있다. 약 20년간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적의 세뇌 기술을 해명하고 그에 저항하기 위해 원주민과 외국인을 모집해 비밀 약물을 포함한 각종 정신 통제 기술을 실험했다. 이는 냉전기 국가가 자행한 대량의 고문 폭력이었다.
2025년 시점에서, 고문마저 동원해 개인의 마음을 통제하려던 폭력은 과거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100년 넘게 이어진 또 하나의 폭력이 있다. 유사과학과 종교를 근거로 개인의 마음을 통제하려는 ‘전환 치료’가 그것이다. 혐오 세력은 ‘치료’라는 말로 폭력성을 은폐하면서, 사상 전향과 세뇌 저항처럼 성소수자의 성의 통제를 목적으로 고립과 구금, 감시와 고문을 지금도 가하고 있다. 취약한 처지에 놓인 청소년 성소수자는 가족과 이웃, 종교공동체에 포위된 채 자신의 마음과 존재를 부정당하는 폭력에 노출되기 쉽다.
2024년 12월3일 밤, 국회의원들은 자기에게 닥쳐올 폭력을 예감했다. 3일 뒤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정청래 의원은 고문의 기억을 떠올리며 울먹였다. 지난 2월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고문과 살해가 일상이 되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갈 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소수자는 그 폭력을 가능성이 아닌 현실로 살아내고 있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는 “모든 인간이 동성애를 택했을 때”를 걱정하지만, 어떤 성소수자도 그런 세상을 말한 적 없다. 반대로 혐오 세력이야말로 그런 세상을 상상하며 불안을 느끼고, 동성애 없는 세상을 외친다. 나는 거기서 ‘반국가세력’을 모조리 ‘처단’하려던 윤석열이 보여준, 그 절멸의 상상력을 읽는다.
재작년 11월부터 주말부부로 살고 있다. 각시는 처가에서 서울로 직장을 다니고, 집에서 청소년을 돌보고 살림하는 일은 내 몫이 되었다. 그전에도 1년 반 정도 주말부부 생활을 했었고 이제는 집안일이 손에 익어 크게 어려운 점은 없다. 그렇지만 주중에 돌봄을 전담하니 바깥일을 예전처럼 하기는 어려워서 오전이나 낮에 나갔다가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밤문화를 잃은 대신 요리 실력과 아들의 사랑이 늘었으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돌봄에 쓰는 시간과 강도가 다르다
이렇게 독박돌봄을 하고 있으니 그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조금씩 들어온다. 아동을 어린이집 버스에 태우거나 교문으로 들여보낸 뒤 엄마들의 표정이 왜 그렇게 밝은지, 왜 학교는 전달할 내용을 아빠에게 보내달라 했는데 엄마에게 자꾸 문자를 보내는지, 저녁 시간에 회의를 연다고 하면 왜 짜증부터 나는지 등. 요즘은 어느 자리에 가건 남성들이 얼마나 참여하나 유심히 보는데 예전에 비해 참여율이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국이 성평등한 사회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아빠들이 가사노동에 참여하는 시간은 분명히 평균적으로 늘었다. 통계청은 5년마다 시민들의 생활양식을 파악하기 위해 ‘생활시간조사’라는 통계조사를 실시한다. 1999년 조사 결과를 보면, 요일을 평균해서 볼 때 기혼남성이 가정관리에 쓰는 시간은 하루 25분이고 기혼여성이 3시간33분이다. 가족이나 함께 사는 사람들을 돌보는 시간이 기혼남성은 하루에 11분, 기혼여성은 57분이다. 20년 뒤인 2019년에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가정관리에 쓰는 시간이 기혼남성 48분, 기혼여성 3시간1분이다. 가족이나 함께 사는 사람들을 돌보는 시간은 기혼남성 16분, 기혼여성 44분이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문제는 속도이다. 사회가 변하는 속도는 빠른데 가정이 변하는 속도는 너무 느리다.
그리고 시간 단위로 쪼개보면 가사노동의 강도가 다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22년 발간한 ‘젠더 관점의 사회적 돌봄 재편방안 연구(I)’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 이하의 아동을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돌보는 동안 엄마가 담당하는 비율이 40% 이상이고, 아빠가 돌보는 비율이 10% 정도이다. 특히 오전 7시대에는 80% 이상의 아동을 엄마가 돌본다. 깨워서 뭐라도 먹여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보내야 하는 정말 바쁜 시간을 여성이 맡는다. 그리고 아동이 집에 돌아온 뒤의 시간도 여성이 돌보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다.
돌봄이 집중되는 시간은 여전히 여성의 부담이고, 맞벌이 부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기회가 있어야 능력도 생긴다
그러니 눈에 보이는 개선은 분명히 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불평등의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기도 한다. 남성의 참여도가 높아진 것이 성평등을 이룬 듯한 상상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봄에 들어가는 에너지는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남성이 더욱더 적극적으로 돌봄을 분담하고 공적인 돌봄체계가 강화되어야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다는 점은 명확하다. 저출산이라는 어려운 과제도 지원금이 아니라 성평등한 문화가 형성될 때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전생에 나라를 구해야 할 수 있다는 주말부부 생활을 나라를 판 입장에서 하고 있지만 처지가 마냥 불리하지만은 않다. 남성이 돌봄을 전담한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에게 점수를 따는 경우도 있으니. 물론 예전처럼 일을 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불안감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런 불안감이 남성에게만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은 성평등을 핵심가치로 삼고 내각을 구성할 때도 남녀 균형을 맞추겠다고 공약했다. 그런데 지금 구성되는 기구들의 면면을 보면 그 공약이 무색해진다. 인수위를 대신한다는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여성 비율은 20%를 조금 넘는다. 내각 구성에서 여성 비율을 30% 이상 확보하겠다는 약속도 지키기 어려울 것 같다.
능력에 따라 뽑다보니 마땅한 인물이 없어서 그랬다고 나중에 변명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집 나간 각시는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일을 열심히 해서 건강이 걱정될 정도다. 사회적인 인정을 받고 자존감이 높았던 나도 집안일에 묶이니 움츠러드는 게 현실이다. 우리 집이 보편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능력이 기회와 맞물려 있다는 점은 너무나 명백하다.
■ 영화 ■ 1987(OCN 무비즈2 오후 6시10분) = 1987년 1월, 경찰 조사를 받던 스물두 살 대학생 박종철이 사망한다. 치안본부 처장의 주도하에 단순 쇼크사로 발표된다. 그러나 현장에 남은 흔적들과 부검 소견은 고문에 의한 사망임을 드러내고, 사건을 취재하던 기자는 ‘물고문 중 질식사’를 보도한다. 교도관 한병용은 수배 중인 재야인사에게 사건 진상을 알리기 위해 조카 연희에게 위험한 부탁을 한다.
■ 예능 ■ 핸썸가이즈(tvN 오후 8시40분) = 배우 차태현·이이경·신승호, 전 이종격투기 선수 김동현, 펜싱 선수 오상욱이 세월의 맛을 자랑하는 노포 골목 남영동으로 떠난다. 이날 방송에는 배우 박주현·강훈이 손님으로 찾아와 청국장, 부대찌개, 삼겹살, 베트남 쌀국수 등을 맛보며 대단한 먹성으로 출연진의 놀라움을 자아낸다. 오상욱은 ‘먹짱’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웃음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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