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의 거리두기]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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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유명한 클린턴의 슬로건은 멍청하게 정권을 빼앗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조롱 섞인 경고일 뿐만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정권을 유지하고 확대할 확실한 정책적 목표처럼 들린다. 30조5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이 이재명 정부의 공언처럼 민생을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할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막대한 예산 투입에 비해 경기를 진작하는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집값 상승과 물가 폭등의 압력으로 작용한다면, 추경안은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정책의 성공 여부를 미리 예단할 필요는 없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이 성공해 우리의 삶이 정말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만큼이나 ‘경제 올인’의 방향과 분위기에 의문이 생긴다. 경제가 살아나서 민생이 좋아지면, 두 쪽으로 갈라진 우리 사회도 통합이 될까? 서로 대립하는 두 진영을 더 적대적으로 만드는 혐오와 증오의 말은 사라지고, 대화와 타협의 성숙한 분위기가 조성될까?
경제 망가뜨린 주범은 결국 정치
이런 질문을 하다 보면, 우리는 곧바로 정치를 망친 게 경제가 아니라 경제를 망가뜨린 주범은 정치라는 뼈아픈 인식을 하게 된다. 문재인 정권과 윤석열 정권을 거치면서 우리가 뼈저리게 경험한 것은 정권이 바뀐다고 경제가 좋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경제가 나빠진 주범이 정치라면, 정권이 바뀐다고 경제가 좋아지지 않는다. 클린턴의 구호를 바꾸어 표현하자면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가 더 적절한 말이다. 정권을 위한 당쟁 싸움을 일삼으면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급격하게 변하는 지정학적 질서에 올바로 대응하지 못한다. 우리가 트럼프 2.0으로 야기된 극단적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도 탄핵 정국의 늪 때문이다. 설령 당면한 위기가 아무리 심각하더라도, 협력한다면 극복의 방안은 어떻게든 찾기 마련이다. 서로 다른 의견과 정책을 조율하는 것이 바로 정치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적대적인 정치를 극복할 헌법 개정과 선거법 개정 문제는 잠시 미뤄두고 경제 문제에 모든 힘을 쏟아붓고 있다. 여기서 나는 좀 혼란스럽게 만들 질문을 제기하고 싶다. 사회를 지배하는 패러다임이 바뀌면 혼란스러워진다. 예컨대 경제적 번영이 민주주의의 번영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지배적이었다. 20세기를 지배했던 이러한 관념은 오늘날 서서히 해체되고 있다. 경제적으로 성장한다고 반드시 고용이 증대하지도 않으며, 사회적 불평등이 해소되지도 않는다. 사회적 불평등이 우리 사회를 위와 아래로 갈라놓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정치는 포퓰리즘에 빠져 사회를 옆으로 분열시킨다. 경제적으로 성장해 물질적 번영을 누린다고 해서 사회가 더 민주화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의 급격한 변화로 표출된 이러한 역설은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한결같이 경제가 좋아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경제가 성장해 돈이 돌면 민생이 좋아진다고 생각한다. 새 휴대폰, 고급 자동차, 가득 찬 냉장고는 경제적 번영의 상징이다. 사람들의 구매력이 증대하면 시장이 활성화되고, 궁극적으로 경제가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는 사람들의 물질적 욕구만 충족되면 다른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케케묵은 정치적 관념이 깊숙이 박혀 있다. 종종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는 정치인의 속내가 무심코 드러나 논란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익이나 공동체의 가치는 상관없이 나랑 내 가족만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천박한 경제 중심주의는 사실 정치를 황폐화한다. “먹는 게 먼저이고, 다음에 도덕이 온다.” 독일의 시인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이 말은 민주주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배적인 자본주의적 인간관을 간결하게 표현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좌파와 우파, 중도파를 가리지 않는다. 그것은 지난 수백년 동안 자본주의와 함께 민주주의가 성장하면서 굳어진 관념이다.
사회 통합 위해 정치적 중산층 절실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이러한 생각은 포퓰리즘의 온상이다. 정치인들은 경제를 해결하면 정권을 잡을 수 있다는 듯 경제적 문제를 물고 늘어진다.
2022년 말~2023년 초 미국 계란 가격이 급등하자 보수층은 “계란 12개에 11달러”라는 문구로 바이든 행정부를 비판했다. 이 문구는 “바이든 인플레이션”을 지칭하는 문구로 굳어졌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높은 계란 가격은 위기이자 통치 실패로 간주되지만, 공화당이 집권하면 같은 경제 문제가 종종 경시되거나 정황적인 문제로 치부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이들은 인형 30개 가지고 놀 필요가 없다. 세 개면 충분하다”고 말하면서 미국의 소비주의와 인플레이션을 비판한다. 자신의 경제 정책이 처음에는 희생을 요구하지만 결국에는 미국을 더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 선전한다. 2022년에서 2023년 사이의 인플레이션 기간에 많은 우파는 민주당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조롱했지만, 이제는 고난을 좋은 것이라고 재구성한다. 장난감은 줄이고, 물건은 덜 소비하고, 규율은 더 강화한다. 민주당 정권하에서 경제적 압박이 종종 실패로 규정됐다면, 트럼프 정권에서는 필수적인 개혁이나 자유의 대가로 재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2024년 초 일어났던 윤석열 대통령의 ‘875원 대파 논란’은 민생 포퓰리즘의 역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민생을 강조하기 위해 전통시장을 찾는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한 행태가 보여주기식 전시행정과 결합하면 정부 정책은 오히려 역풍을 맞는다. 예컨대 경제를 살리기 위한 이재명 정부의 추경안이 재정건전성만 악화하고 경기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없다면,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은 현금 살포의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이 시장을 교란해 상점 선반을 텅 비게 만들고 물가를 상승시킬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제조업을 다시 회복해 국민을 더 부유하게 만들지는 여전히 미지수인 것처럼, 이재명 정부의 정책이 부동산 가격을 다시 폭등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할지 아니면 경제 회복에 기여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우리 모두가 경제에 매달릴 때 우리가 간과하는 게 하나 있다. 경제가 설령 좋아지고 국민의 삶이 풍요로워질수록 민주주의와 공동체 정신을 위해 싸우려는 의지는 오히려 약화한다. 국민의 최우선 욕구인 먹거리가 늘어나고 물질적으로 풍요해지더라도 정치적 도덕성은 점점 약해진다. 트럼프 정권의 출범으로 지구 역사상 가장 부유하고 강력하며 오래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람들은 민주적 가치를 기꺼이 포기하고 있다. 심각한 경제위기도, 대량실업도, 기아와 대규모 전쟁도 없는데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있다.
사람들은 사회의 건강한 허리라고 불렀던 중산층의 붕괴를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우리 사회의 위기는 사실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가치에 관심을 가진 중도 세력, 즉 ‘정치적 중산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마도 가장 우려스러운 현상은 경제적 번영과 시민적 책임이 분리되는 현상일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안정되어도 도덕적으로는 무관심하고, 문화적으로 고립되며, 정치적으로 편향된 중산층은 더 이상 민주주의 기반이 될 수 없다. 민주주의의 미래는 중산층의 도덕적 상상력을 되살리는 데 달려 있다. 사회를 진정으로 통합하려면, 우리에겐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중산층’이 필요하다.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무엇보다 사회통합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라는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은 현재까지 휴전 협정은 없지만,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면 군사적 대응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라그치 장관은 군사작전 중단에 대한 최종 결정은 추후에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날 엑스에 올린 글에서 “현재까지 어떤 ‘휴전’이나 군사작전 중단에 대한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다만 이스라엘이 오전 4시(이란 현지시간)까지 이란 국민에 대한 불법적 공격을 중단한다면, 우리는 그 이후로 대응을 계속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이 여러 차례 분명히 밝혀왔듯, 전쟁을 시작한 것은 이란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라고 강조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우리의 군사작전 중단에 대한 최종 결정은 나중에 내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라그치 장관은 곧이어 올린 게시물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작전이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됐다”고 말하며 적대 행위가 끝났음을 암시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침략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진행된 우리의 강력한 군대의 군사 작전은 마지막 순간인 오전 4시까지 계속됐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스라엘과 이란이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에서는 이에 대한 공식입장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CNN은 백악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이스라엘이 이란의 이스라엘 내 공격 중단을 조건으로 휴전 협정에 동의했으며, 이란이 해당 조건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12·3 불법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24일 윤석열 전 대통령(사진)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특검 임명 12일 만에 윤 전 대통령 신병 확보 시도에 나선 것이다. 향후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등 여러 의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에서 초반부터 윤 전 대통령의 비협조에 끌려다니지 않고 신속하게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조 특검은 이날 윤 전 대통령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형법상 직권남용,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교사 혐의로 체포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혐의를 부인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하며 경찰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했고 이후에도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상황이라며 “사건의 연속성을 고려해 피의자 조사를 위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는 게 특검 설명이다. 특검은 전날 경찰로부터 사건을 인계받은 뒤 추가 출석 요구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1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 때 경호처에 자신에 대한 체포를 저지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12월7일 경호처에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등의 비화폰 정보 삭제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이러한 혐의는 윤 전 대통령이 재판받고 있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와는 별개이다.
체포영장은 앞으로 최장 다섯달가량 이어질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 수사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서울고검 내 특검 사무실에서 브리핑하며 “특검은 수사기간에 제한이 있고, 여러 사안에 대한 조사가 예상된다. 끌려다니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주동자 중 유일하게 제대로 된 조사를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특검팀은 법원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윤 전 대통령을 체포한 뒤 구속영장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일정 조율을 거쳐 조사에 응할 계획이었으나 특검은 단 한 차례도 출석 요구를 하지 않고 기습적으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며 “특검이 출범 직후 곧바로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부당하며, 향후 정당한 절차에 따른 소환 요청에 적극 응하겠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외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법리 검토에도 착수했다.
현대제철이 총파업을 벌인 하청 노동자들에게 제기한 200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회사가 일부 승소하자, 노조와 시민단체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입법이 필요한 이유를 다시 한번 증명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금속노조는 항소하기로 했다.
인천지방법원 제16민사부(박성민 부장판사)는 24일 현대제철이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노조 간부 등 180명을 상대로 제기한 200억원 손해배상 소송 1심 선고 공판에서 노동자들이 현대제철에 5억9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현대제철이 주장한 생산 차질로 인한 손해액은 회사가 입증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며 모두 배척했다. 대체인력 투입 비용에 대해선 50%만 인정했다.
이 소송은 현대제철이 당진공장과 순천공장에 하청 노동자들을 불법 파견하면서부터 시작됐다. 2021년 2월 고용노동부는 현대제철의 불법파견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직접 고용하라는 취지였지만, 현대제철은 사내 하청업체를 통폐합해 자회사 현대ITC를 만들어 고용했다. 현대제철은 하청 노동자들에게 자회사에 입사하려면 불법파견 소송 취하서, 부제소 동의서 등을 작성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반발한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2021년 8월23일부터 52일간 충남 당진공장 통제센터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현대제철은 그해 9월 ‘불법 파업’을 이유로 하청 노조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두 차례 제기했다. 1차로 180명을 상대로 2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데 이어 461명을 상대로 46억1000만원을 청구했다. 비정규직지회와의 단체교섭은 ‘근로계약 관계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46억1000만원에 대한 소송은 진행 중이다.
금속노조는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상규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장은 “소송 이후 노조 활동이 위축됐다”며 “현대제철에 불법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손배소도 모두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두규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200억원을 청구하는 식으로 노동자들을 겁박하는 것이 적법하고 정당한가를 다 같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청인 현대제철이 하청 노동자의 사용자가 아니라며 하청노조와의 교섭은 거부해놓고 노조의 쟁의 행위에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는 점에서 노조법 2·3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이 사건은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가 얼마나 남발되는지, 손해배상이 불법을 막으려는 노조의 투쟁을 가로막는 도구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며 “노조법 2·3조가 개정돼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이 가능해지고 손해배상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만들 때야 이런 어처구니없는 손해배상이 중단될 것”이라고 했다.
시민단체 ‘손잡고’도 “노란봉투법은 기업의 불법 앞에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권리인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방어장치”라며 국회에 입법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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