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심지아·소설가 양선형, 11회 김현문학패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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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위원회는 심지아의 시에 관해 “사물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촘촘하게 빚어낸 세계 이해와 시적 사유”가 돋보였다고 평했다. 양선형의 소설에 대해선 “‘소설’ 형식 자체에 대한 자의식과 멈추지 않는 문학의 본질에 관한 질문들”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아는 2010년 ‘세계의문학’을 통해 등단해 시집 <로라와 로라>, <신발의 눈을 꼭 털어 주세요>를 냈다. 양선형은 2014년 ‘문학과사회’를 통해 등단해 소설집 <감상 소설>, <클로이의 무지개>, <말과 꿈> 등을 펴냈다.
선정위원으로는 이인성 문학실험실 대표를 비롯해 김정환 시인, 김태환 서울대 독문과 교수, 김형중 조선대 국문과 교수, 조강석 연세대 국문과 교수가 참여했다. 시상식은 오는 9월 26일 열린다. 수상자들은 김현문학패와 함께 시 부문 1000만원, 소설 부문 1500만원의 창작지원금을 받는다.
김현문학패를 수상하는 사단법인 문학실험실은 문학평론가 고 김현(1942~1990)의 25주기를 기려 지난 2015년 이 상을 제정했다. 고인이 세상을 뜬 나이인 만 48세 이하 작가로 5년 이상 활동하면서 해당 장르의 저서를 2권 이상 출간한 시인·소설가를 대상으로 한다.
한류 성공에 새삼 더할 말이 필요할까 싶지만, 며칠 사이 목격한 성취들 때문에 나도 한마디 거들고 싶다. 유튜브에서 한국 가요와 드라마, 예능을 주제로 삼아 논평하는 외국인을 보다가, 문득 그들이 한국 문물에 감동하는 요점이 과연 ‘한국적인 것’ 때문인지 의심스러워진 탓이다. 유튜브에서 나와 비슷한 느낌을 표현한 듯한 댓글을 발견하고 조용히 웃었다. <케이팝데몬헌터스>의 성공에 감동한 댓글이었다.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는 백범 김구의 구절을 환기하면서, 그 댓글은 이렇게 한 줄로 놀라움을 표현했다. “김구 선생님… 이게 맞는 거죠?”
높은 문화의 힘을 문화 이용의 규모로 측정할 수 있다면 우리 문화는 이미 높아졌다. 세계 어디에서든 한국 문물을 이용하는 모습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류의 가장 얄팍하고 얕은 지류였던 문예 영역에서마저 높아지고 있다. 이민진과 한강 등 ‘한국적’ 작가들이 만들어낸 물결에 새로운 독자들이 빠져들고 있다.
타문화에 대한 접촉 빈도가 곧 강렬한 끌림을 보장하는 게 아니다. 이용 빈도나 가치를 넘어서 이용자 심성에 미치는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 라면을 사 먹는 해외 소비자의 취향은 ‘라면 먹고 갈래’라는 권유가 함축하는 바를 눈치챈 젊은이의 설렘과 무관하게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한류 문물의 향유를 규모·가치 관점에서만 보지 말자. 유료 이용자만 중요하다는 접근은 최악이다. 한류 이용자를 잠재적 시장으로 간주해서, 무료 이용자는 가치를 더하지 못하니 감상을 말할 자격도 없다는 식으로 내치지 말자.
무료 이용자의 자발적 감상에 대해 말하자니, 한류의 성취는 모두 모종의 번역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된다. 타문화 이용 자체가 번역이며, 모든 번역은 해석이다. 따라서 그것은 애써 번역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의 ‘마음의 지평’ 한계 내에서만 성공하거나 말거나 할 수 있다. 이 사실을 알면 데버라 스미스의 번역 충실도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일은 ‘문화의 힘’을 높이는 것과 별로 상관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 한류의 성공이란 세계의 이용자들(대다수가 무료 이용자다)이 만들어낸 해석에 의존한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한류 문물이 얼마나 ‘한국적’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적인 것의 본질을 따지는 게 허황하다는 요점을 전하는 데 신중현의 기타 솔로나 로제의 감수성을 환기해서 장황하게 말할 필요도 없다. <기생충>이 제공하는 불편한 즐거움이나 <오징어 게임>이 형상화한 잔혹한 허구의 사실성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우리는 해외 이용자들이 제기하는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 매력적인 한국 문물 가운데 한국적이지 않은 것은 또 무엇인가.
이걸 끊임없이 묻게 만드는 게 한국 문물의 특징이다. 한국 라면은 원조가 불분명하고, 드라마에는 인간도 귀신도 아닌 존재가 말하고, 가요는 해외 리듬에 얹혀있기 때문이다. <소년이 온다> 독자는 주인공이 죽은 자인지 아닌지 의심하며 읽기 시작한다. <미스터 션샤인>의 영웅은 미국인도 조선인도 아니다. <오징어 게임>의 흥미로운 인물은 경계인이다. 내 귀에는 한국 최고 명창은 웬디다. 목록은 끝이 없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도 그렇다. 신라 최대 문장가는 당나라에서 성공했고, 고려 최대 문인은 한문으로 글을 지었으며, 조선 최대 실학자는 일생을 경학에 바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민주화 경험이 한류 최대의 자랑거리라는 말이 그럴듯했다. 그러나 지난 12·3 불법계엄과 탄핵 정국이 증명하듯이 한국의 민주정이야말로 최악의 내란과 독재로부터 한 발짝 거리에서 이룩한 불안스러운 성취일 뿐이다. 한국적 정치라는 게 있다면, 그건 어떤 경계 위에 위태롭게 서서 한국적일 수만은 없기에 그렇게 되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한류도 마찬가지다.
미국·유럽 안보 동맹이 약해지고 있다는 불안감이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규약 중 회원국의 집단방위를 규정한 조항을 이행할지를 묻는 말에 확답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나토 정상회의 개최지인 네덜란드 헤이그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나토 규약 5조를 지킬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5조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렸다. 5조에는 여러 정의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하지만 난 나토의 친구가 되는 데 전념하고 있다. 난 여러 회원국 정상과 친구가 됐으며 그들을 도와주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규약 5조와 관련한 답변의 의미를 명확히 설명해달라’는 추가 질문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난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내가 거기(나토 정상회의) 도착하면 정확한 정의를 내려주겠다. 난 그저 비행기 뒤편에서 하고 싶지 않을 뿐”이라고 했다.
집단방위 체제의 근간이 되는 나토 규약 5조는 회원국 중 하나가 공격받으면 나토 전체를 공격한 것으로 간주해 다른 회원국이 피해국에 무력 사용을 포함한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한다.
나토 측은 이번 정상회의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려고 노력했지만 규약 5조 이행에 대한 확약을 받을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자신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뤼터 총장은 그를 ‘도널드’라고 친밀하게 부르며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우리는 모두 더 안전해졌다” “나토 회원국의 국방비 5% 증액은 당신이 거둔 또 다른 성공이다”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뤼터 총장은 이번 정상회의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 요구대로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5%로 증액한다는 내용의 회원국 합의를 끌어냈다. 긴 회의 일정을 싫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에 맞춰 2∼3차례 열리던 북대서양이사회 본회의 일정도 단축했다.
뉴욕타임스는 유럽 국가들이 미군의 이번 이란 핵시설 타격 과정을 보면서 미국과 자신들의 군사력 격차를 새삼 실감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군처럼 전투기에 37시간 동안 공중 급유하며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 견고한 목표물에 초대형 벙커버스터를 투하할 군사력이 유럽 국가들엔 없다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최근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전략 중심지를 인도·태평양으로 옮기면서 미국이 나토를 소홀히 하고 유럽 안보에서 발을 뺄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 유럽 국가들에 국방비 증액을 압박하면서 “돈을 내지 않는 회원국은 보호하지 않겠다”며 집단방위 체제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도 여러 차례 했다.
경기 화성시의 리튬 배터리 제조업체인 주식회사 아리셀 공장에서 폭발 및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되었다. 이 사고로 23명의 작업자가 목숨을 잃고, 9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생산을 추진했고, 대형 폭발 발생 전 리튬 배터리가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음에도 조치 없이 작업이 재개됐다. 아리셀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성 평가 심사를 거쳐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실상은 위험 요소들이 방치된 곳이었다. 당시 현장에는 금속 화재 전용 소화기도, 유증기를 막을 환기시설도 없었다. 비상구 문은 정규직만 열 수 있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탈출할 수 없었다.
피해자들은 불법 파견과 도급 형태로 고용된 이주노동자였다. 이들은 기본적인 안전 교육도 받지 못했다. 대피로 안내조차 받지 못한 상태로 일했다. 외국국적동포 체류자격을 가진 이들이 다수였다. 단순노무직에서 일할 수 없는 자격이지만, 피해자들은 공장에서 리튬 배터리를 포장·운반하는 업무에 투입됐다. 이는 이후에 사업주가 보상액을 줄이기 위한 핑계로 사용됐다. 이주노동자에게 체류자격에 부합하지 않는 일을 지시한 것은 사용자인데, 그 일을 했다는 이유로 산업재해 사망에 따른 보상금을 깎으려 한 것이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을 때, 그 보상은 국민의 경우보다 현저히 낮을 수 있다. 체류자격이 만료하는 시점 이후부터는 본국으로 돌아갔을 것이라 상정해 해당 국가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일실수익을 낮게 산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중 많은 이주노동자는 체류를 연장하고, 영주권이나 귀화를 통해 한국 사회 일원으로 살아갈 가능성이 충분한 사람들이었다. 법과 제도는 그들의 ‘삶의 지속 가능성’을 철저히 배제한 채 죽음의 가치를 평가한다.
이러한 죽음이 통계로조차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 더 참담하다. 사망 이주노동자 통계나, 죽음 원인 분석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이주노동자 사망에 대한 원인 분석 및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출입국 사무소에 신고된 이주노동자 사망자는 3340명에 이르지만 기초 신상정보가 기록된 이는 214명에 불과하다. 3126명의 죽음은 그 원인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한창 일할 나이에, 건강함을 신체검사로 확인하고 한국에 온 이들이 왜 이렇게 많이 죽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경기도가 참사 1주기를 맞아 낸 백서 ‘눈물까지 통역해 달라’는 참사 배경에 비정규직·이주노동에 대한 구조적 차별·혐오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인권과 노동자 권리가 실현되지 못한 이유는 결국, 이들의 목숨을 가벼운 것으로 여기고 이를 보호하지 않아도 문제 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 온 한국 사회의 정책 결정·집행 구조와 사회적 인식에 존재한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파견법 위반 등으로 형사 기소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사업주가 구속기소 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2025년 2월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재판이 법적 책임 규명을 넘어, 한국 사회가 사업주의 의무와 노동자의 권리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에 물음을 던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구, 노무현·문재인 정부 요직 출신정, 이 대통령과 38년 지기 인연
민정수석에 ‘검 기획통’ 출신 봉욱‘장관급’ 지방시대위원장 김경수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제사령탑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구윤철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를 내정했다.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에는 정성호·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각각 발탁하고, 대통령실 민정수석에 봉욱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임명했다. 핵심 공약인 검찰·경찰·사법 개혁을 맡을 인사들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관련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대통령이) 경제 상황을 극복하고 대한민국 시스템을 회복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여야 할 때임을 강조(했다)”면서 이 같은 인선을 발표했다.
구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문재인 정부에서는 기재부 예산실장·2차관과 최장수 국무조정실장까지 역임한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다. 강 비서실장은 “국가 재정은 물론 정책 전반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토대로 대한민국 성장의 길을 찾을 적임자”라고 인선 이유를 밝혔다.
검찰개혁을 이끌 정 내정자는 5선의 민주당 현역 의원이다. 원조 친이재명계 의원모임인 ‘7인회’ 좌장이자 이 대통령과 38년 지기이기도 하다. 국회 사법개혁특위 위원장, 형사사법체계개혁특위 위원장, 법제사법위원 등을 역임했다. 경찰국 폐지 공약 실행을 맡을 행안부 장관에는 5선 중진인 윤 의원을 발탁했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는 이진숙 전 충남대 총장이 내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는 김정관 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 보건복지부 장관에는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각각 내정했다. 장관급 인사인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에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위촉했다. 이날 6개 부처 장관이 내정되면서 국토교통부·문화체육관광부를 제외한 17개 부처의 인사가 마무리됐다.
대통령실 차관급 수석 인사도 마무리했다. ‘3실장 7수석’ 중 공석이던 민정수석과 경청통합수석에 검찰 ‘기획통’ 출신 봉 변호사와 전성환 전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비서실장이 각각 임명됐다.
국정원 1차장에는 이동수 전 국정원 해외정보국 단장, 2차장에는 김호홍 전 대북전략단장이 임명됐다. 기조실장으로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감사관으로 기용했던 김희수 변호사가 발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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