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준 의장 후보 3~4명”…조기 교체 암시하며 ‘파월 흔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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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 후임자 면접을 시작했느냐는 물음에 “그렇다. 나는 내가 고를 3∼4명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에 종료된다. 통상 미국 행정부는 연준 의장의 임기 만료 3~6개월 전 차기 의장 후보자를 발표하지만, 파월 의장의 금리 관망 기조에 불만이 큰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교체를 검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후보가 누구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와 케빈 해셋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후임으로 고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행스러운 건 그(파월)가 매우 곧 물러난다는 것”이라며 “왜냐하면 나는 그가 끔찍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요구대로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있는 파월 의장에 대해 “매우 정치적인 녀석” “매우 멍청한 사람” 등의 노골적인 표현을 써가며 비난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없다. 경제는 매우 강하고 수백억 달러의 관세 수입이 들어오고 있다”며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이유를 열거했다.
반면 이날 연방 상원 은행·주택·도시문제위원회의 반기 통화정책 보고 청문회에 출석한 파월 의장은 관세가 미칠 영향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4월 대비 약간 하락했으나,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이 예상보다 더 크거나 혹은 작을 가능성이 있어서 신중히 접근하겠다”면서 “만약 실수를 저지르면, 사람들은 오랫동안 그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고 있는 7월 금리 인하 가능 여부에 대한 질의에는 “특정 시기를 지목하고 싶지 않다”며 관망 기조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지난 24일에도 “관세가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6~7월 물가 지표에서 나타날 것”이라며 “적어도 9월 전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연준은 지난 18일 마무리된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4.25∼4.50%)를 건드리지 않고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5년 전 이 지면에 ‘약자의 눈’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당시 출범한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약자의 눈’을 응원하고 싶었다. 국회의원이라고 하면 일단 10점 정도 감점하고 보는 내가 감점 없이 10점을 더한 글을 쓴 것은 이들이 주관한 토론회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확대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는데, 내게 토론회를 진행하는 좌장을 맡아달라고 했다. 오지 말라고 해도 찾아가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의원들이 직접 자리까지 마련해서 듣겠다고 하니 기쁜 마음으로 참석했다.
모두 알듯이 국회의원들은 중요한 일을 하기에는 너무나 바쁜 사람들이다. 자료집에는 얼굴과 말을 빠짐없이 박아 넣지만 정작 토론회 참석은 자료집의 얼굴과 말로 대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참석을 했다고 해도 그저 축사가 목적인 사람들이다. 이날의 토론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여섯 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는데, 행사 실무자는 내게 이분들 모두 바쁘니 인사말만 하고 떠날 수 있게 배려해달라고 했다. 어차피 10점 감점하고 있던 터라 그렇게 진행했다.
그런데 옆에 앉은 한 의원이 내가 열어준 문으로 나가지 않았다.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듣고 가겠다고 했다. 같은 당 의원들이 당에 중요한 회의가 있다고 먼저 자리를 떴고, 테이블에 엎어둔 휴대전화로 회의 시간이 되었다는 메시지가 계속 날아드는데도, 그는 발표자와 토론자의 이야기를 메모하면서 열심히 들었다. 처음엔 잠깐만 머무를 것처럼 하더니 결국 끝까지 남았다.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발언을 청했을 때 그는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사업에 대한 상당한 이해를 보여주었고 자신이 할 일에 대해서도 모호하지 않게 말했다.
나는 그를 다시 보았고, 그가 대표로 있다는 ‘약자의 눈’ 소개 리플릿을 집에 들고 와서 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거기에는 약자의 눈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바를 찾는 것이 정치라고 쓰여 있었다. 약자의 눈.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가져다 쓰는, 그래서 아무런 의미도 없는 ‘국민의 눈’ ‘국민의 목소리’ 같은 말이 아니어서 참 좋았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이야기다. 그의 과거 행로를 좋지 않게 생각했던 나로서는 이날의 경험이 무척 새로웠다. 나는 그를 다시 보았다. 그리고 마음속 감점을 지웠다. 언젠가 TV 채널을 생각 없이 돌리다가 한 종교 채널에서 그의 인터뷰를 보았을 때도 그랬다. 그는 장애인들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언급하며 “그분들만 싸우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 “같이 문제를 풀어갈 방법을 고민한다”고 했다. 그리고 예산과 입법만이 아니라 정치인으로서 ‘국민의 인식’을 전환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보통 정치인들은 장애인에게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행동을 하라고 다그치는데 그는 달랐다. 그는 종교지도자들이 역할을 해줄 수 있도록 길을 찾아보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했고, 교회나 성당, 사찰 등 종교시설의 장애인 이동권 제약도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약자의 눈으로 미래를 보는 것이 정치입니다.” 이 정도면 감점 지우기가 아니라 보너스 점수를 줘야 한다.
그런데 역시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없나 보다. 그동안 그가 ‘약자의 눈’을 연기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헛것을 본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총리 후보자로서 그가 이번에 차별금지법 문제를 둘러싸고 보여준 반응은 너무나 절망적이다. 그는 예전으로 돌아가버렸다(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차별금지법에 대해 그는 “두 가지 본질적인, 헌법적 목소리”가 있고, 이들 사이에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며 정치인들이 지난 18년간 해온 말을 그도 똑같이 반복했다. 약자의 눈으로 사회를 바꾼다던 사람, 종교지도자들을 설득하고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어가겠다던 사람은 어디로 가고, 사회적 합의를 내세우고 보수개신교의 목소리를 헌법적 목소리로 격상시킨 사람만 남았다. 차별금지법을 두고 사회적 합의라니, 사실상 그는 차별받는 사람에게 차별하는 사람의 동의를 구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내 눈이 틀렸다는 것을 고백한다. 사람 보는 눈에 미련이 남아 자료를 뒤지다가 그가 어느 개신교 행사에서 동성애에 대해 발언한 내용을 접했다. 그는 약자의 눈은커녕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가 자기 생각은 “새 정부와 집권여당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하였으니, 정말로 눈을 부릅떠야 할 때인 것 같다. 생각은 그대로고 눈만 빌려 쓸 수 있는 사람들의 정부라면, ‘빛의 혁명’에서도 빛깔만 취하는 정부, 빛깔만 민주주의인 정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약자의 눈’은 역시 우리의 몫이다.
군사 사상가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전쟁을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적을 굴복시키는 폭력행위”라고 정의했다. 욕망에 기반한 감정을 내세워 적과 아군으로 나눠 싸움을 일으키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다. 아마도 인간 존재는 기본적으로 폭력성을 내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성의 철학자 칸트 또한 인간의 한계를 직시하고, 국가가 해야 할 최고의 정치적 선은 영원한 평화 수립이라 했으며, <영구평화론>이라는 책을 쓰기까지 했다. 전쟁은 정치적 도구라는 말은 그저 수사에 불과할 뿐 실제로는 인간의 추악한 모든 면을 발산하는 지옥에 다름 아니다.
분단 80주년, 6·25전쟁 75주년이다. 미국이 기획하고 소련이 묵인한 한반도 분단은 해방과 동시에 이뤄졌다. 제2차 세계대전 후의 국제질서를 모색한 카이로 선언, 얄타 회담, 포츠담 선언에 한반도 백성은 어떠한 발언권도 없었다. 모스크바의 미·영·소 삼상회의에서 결정한 신탁통치안도 우리 의지와는 무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전쟁이 일어났다. 결과는 남북한 사망자 약 300만명, 부상자 약 500만명, 이산가족 1000여만명이었다. 정전 후 남북은 군비를 확장하고, 여전히 100만명 이상의 군인을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다. 이 전쟁으로 냉전은 심화되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의 무장을 가속화시켰다.
6·25전쟁에 대한 원인 분석은 각양각색이다. 남북한은 각각 남침·북침을 주장하고, 학자들은 미·일 강화조약 및 반공동맹 견제와 세계 적화를 위한 스탈린의 결정이라는 전통주의, 북한의 남침을 유도한 미국의 전략이라는 수정주의로 나뉘었다. 북한·중국·소련의 공모였다는 신정통주의, 조선시대부터 쌓여온 계급갈등이 표면화되었다는 신수정주의도 있다. 이는 관련국들의 자료가 점차 공개되면서 바라보는 시각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대체로 미·소의 냉전, 한국 내부의 좌우 대립, 정책 결정자들의 오판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한 복합적 성격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분단과 정전 후 남북한은 각자의 길을 갔다. 남한은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독재와 군사정권, 민주주의의 길을 걸어왔다. 북한은 사회주의를 선택하고 권력 세습국가로 가고 있다. 한국 사회는 흡사 1954년 발표된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 대왕>의 풍경을 보여준다. 핵전쟁 후 무인도에 불시착한 소년들이 벌이는 사회상이다. 등장인물이 보여주는 민주주의의 가치 수호에 대한 권력지향 본능의 폭주, 이성과 문명을 향한 야만과 광기의 대립, 무지와 맹목성을 계몽하고자 하는 선지자적 열정 등은 마치 전후 이 나라의 모습을 예견한 것 같다. 그리고 여전히 거대한 불안이 한반도를 덮치고 있음을 느낀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 이스라엘·미국의 이란 폭격은 세계가 무정부 상태임을 보여준다. 이 약육강식 세계는 고슴도치처럼 자신의 힘으로 자신을 지킬 수밖에 없는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냉전은 이념이 문제였지만 이제는 실리라는 이름의 욕망 외에는 없다. 불타나 묵자처럼 세계 연결성을 강조하는 것보다 헤라클레이토스나 헤겔처럼 세상을 대립·투쟁 관계로 보는 시각이 확대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고 한 말에 공감한다. 우리가 더 자유롭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 근본 모순인 남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새 정권이 종전·평화 협정 체결을 한다면 역사적 업적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전쟁은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미국과 러시아에 분단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그들이 우리를 맘대로 유린했어도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면 어떻게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국제적 패싸움의 대리전으로 남북한 모두 희생양이 되었음을 뼈저리게 느끼는 우리 자신이 먼저 북한을 감싸안을 수 있는 도량을 갖춰야 한다. 정치적 이해타산으로 설사 통일이 되어도 마음의 분단은 여전할 것이다. 평화와 통일에 대한 대의를 명확히 세우고, 구체적인 한반도 평화 로드맵 위에 국민들도 직접 참여해 오랜 아픔을 함께 치유했으면 한다. 이제 남북의 우리가 결단할 때다.
북한이 최근 군사분계선(MDL) 내 비무방지대(DMZ) 내에서 남측과의 단절 작업을 재개한 것으로 30일 파악됐다. 북한은 작업 재개를 유엔군사령부에 통보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육군 대령)은 이날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군이 지난주 후반부터 접적 지역에서 작업을 재개했다”라며 “북한군의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MDL 침범의 경우에는 원칙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실장은 “지난해에는 4000~5000명 규모가 10개 지역에서 작업했다”라며 현재는 5~6개 지역에 1000명가량이 투입됐다고 전했다.
북한은 2023년 말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라고 선언한 이후 지난해 4월부터 MDL 북쪽 DMZ에서 지뢰 매설과 방벽·철책 설치, 풀·나무 제거 등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동계훈련에 따라 작업을 일시 중지했다가 지난 3월 소규모 병력을 다시 동원했다. 지난 4월에 작업을 중단했다가 최근 다시 움직인 것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남북이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가 흘렀지만, 북한이 두 국가 기조에 따라 물리적 단절 조치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지난 25일 작업 재개 사실을 유엔사에 통보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설치된 직통 전화기인 일명 ‘핑크폰’을 사용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MDL 일대 요새화 공사를 진행한다고 발표할 때도 이를 유엔사에 통보했다. 당시 북한의 통지문에는 “다수의 우리 측 인원과 중장비들이 투입될 것이고 폭파 작업도 예정돼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실제 북한은 엿새 뒤 남북을 연결하는 도로·철도를 폭파했다.
국방부는 북한의 유엔사 통보가 남측을 향한 긍정적인 신호일 가능성을 열어 두고 동향을 지켜보고 있다. 북한이 작업 중 남측과의 우발적 충돌을 피하려고 유엔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북한의 통지문에는 폭파와 관련한 내용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북한의 통지는 남북 간 긴장 완화와 관련된 의미 있는 메시지로 볼 수도 있다”라며 “아직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군은 긴장 완화와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2023년 4월부터 남측과 연결된 각종 통신선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사에만 통보한 건 향후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산한 도로에 가로등이 일제히 켜진다. 바다가 밀려가고 쓸려온다. 해협을 훑고 간 빛이 내 방 오래된 거울에 쏟아진다. 작년 여름 같은 거울에 조금 다른 빛이 걸려 넘어졌다. 그런 데서 시간을 알아차리게 된다. 우리는 어딘가로 흐르고 있다.
어젯밤에도 같은 꿈을 꿨다. 그 문턱에서 나는 매번 고꾸라진다. 어떤 시간은 실패다. 나를 비집고 나와 밤을 팽창하는 실패들.
시간을 다르게 감각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지난 몇 주를 보냈다.
“나는 그림이 시간을 요구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시에나에서의 한 달>을 쓴 히샴 마타르는 하루에 단 하나의 그림만 감상한다. 매일 같은 작품 앞에서 몇 시간씩 보낸다. 계속 처음 보는 사람처럼 히샴은 새 질문을 길어 올린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그의 눈길이 도착한다. 이제는 다른 그림으로 옮겨가기까지 서너 달은 기본이고 일 년이 걸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말한다.
시간만큼이나 풍경도 속도가 다르다. 뮤지션 여유와 설빈이 부르는 노래는 떠나온 자리를 응시한다. 내 것이었던 동네와 의자, 사람과 폭죽을 오래 쓰다듬는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고 오직 나만 아는 그 불빛이 나를 비추네/ 그래 나는 너무 어린 나를 돌보지 않았어/ 더는 불가능한 길을 따라 달리고 있네.”
두 목소리가 교차하는 걸 듣고 있으면, 시간이 한 덩어리처럼 느껴진다. 우리가 몸으로 속해 있던 거대한 하나의 협곡. 거대한 하나의 바다. 그 안에 머무는 풍경이 수천 개 조약돌로 쪼개진다.
시간의 목격자들은 다 다르게 증언한다. 시간은 시소라고 한다. 고장 난 티브이라고 한다. 맑은 바람이 지나는 들판이고 노래라고 한다. 그런 우리도 언젠가는 비슷한 찰나를 경험할 텐데, 여유와 설빈 두 사람 음성으로 그 장면을 알게 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말을 잃었네.”
시간의 목격자들은 불꽃의 안부를 묻는다. 불꽃이 꺼지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꺼져가는 것들 사이에서 서로를 확인하기 위해서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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