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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과 삶] 중산층 많아질수록 장밋빛 미래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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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또또링2
    댓글 0건 조회 15회 작성일 25-06-30 21:04

    본문

    5년 후 50억명 추산…점점 가속자본주의 확산과 궤적 동일해유럽 참정권 확대 등은 순기능
    경제력 없이 규모만 커지면서권위주의 통치로 이어지기도
    ‘중산층’이라는 표현은 ‘더 나은 삶을 향한 열망’과 동의어나 마찬가지다. 중산층의 삶을 누리는 것은 대다수 세계인들의 삶의 목표 중 하나다. 중산층 대열에 진입하거나 중산층의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다면 대체로 성공한 삶으로 간주된다. 중산층을 학술적으로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중산층을 두껍게 만드는 것이 각국의 핵심 과제라는 점에 대해선 이견이 없을 것이다.
    <중산층 연대기>는 대략 19세기 중반 이후 중산층의 성장을 연대기적으로 따라가면서 중산층 숫자 증가에 따른 정치·사회·경제적 영향과 미래 전망 등을 폭넓게 조망한다. 저자 호미 카라는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40여년간 전 세계 중산층을 연구해온 경제학자다.
    중산층 연대기호미 카라스 지음 | 배동근 옮김아르테 | 372쪽 | 3만원
    어떤 조건을 만족해야 중산층일까. 세계적인 금융 기업 크레디트스위스는 부(자산)를 기준으로 중산층을 정의한다. 이에 따르면 “주택을 포함해 성인 1명의 순자산(자산 합계액에서 부채 합계액을 공제한 잔액)이 1만달러에서 10만달러 사이라면 글로벌 중산층”이다. 저자는 지출을 기준으로 중산층을 정의한다. 자산은 변동폭이 크고 19세기에는 관련 통계가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저자는 최근 연구를 반영해 1인당 하루 지출액 최저 12달러에서 최고 120달러 사이에 있는 사람을 중산층으로 규정한다.
    저자는 중산층의 성장을 ①1830~1975년 ②1975~2006년 ③2006~2014년 ④2014~2022년 ⑤2022~2030년 등 5개 시기로 구분한다. 저자에 따르면 1830년대 1200만명에 불과했던 전 세계 중산층은 2022년 40억명으로 늘었다. 200년이 안 되는 기간에 400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우선 1830년부터 1975년까지 145년간 중산층의 성장을 견인한 것은 유럽과 미국 등 서양 선진국들이다. 1830년 1200만명 수준이던 중산층은 1975년 10억명을 넘겼는데, 그중 3분의 2가 유럽과 북미에 살았다.
    유럽에서는 산업혁명과 유한책임회사와 의무교육의 도입, 식민지 경영 확대 등으로 정기적으로 급여를 받는 봉급생활자 집단(회계사, 공무원, 사무원, 은행원)이 등장해 중산층을 주도하는 세력으로 성장했다.
    중산층이 낮은 세금, 자유무역, 최소한의 규제 등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참정권 확대를 요구해 관철시켰다는 것도 흥미롭다. 미국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유주의적이고 민주적인 의제들이 수렴되기 시작했고 민주주의는 중산층의 목표가 되었다”면서 법치와 민주적 책임성 같은 원리가 중산층의 경제적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권력을 통제할 필요에서 나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중산층의 성장은 유럽 사회의 사회안전망 강화에 기여하고 사회주의 혁명의 방파제 구실을 했다. “중산층은 안정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 연정을 통해 사회적 보호망을 확충하는 쪽으로 힘을 기울였다. 그런 노력으로 사람들이 사회적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을 줄여서 빈곤층과 취약 계층을 감소시켰을 뿐만 아니라, 산업노동자들이 사회당과 혁명적 코뮌주의 운동으로 이루고자 했던 사회변혁과 급진화도 틀어막았다.”
    저자는 그러나 “중산층 성장의 기반이 된 산업화, 현대화, 과학기술 지식, 무역, 해외를 향한 모험주의가 몰고 온 거대한 힘은 전쟁을 초래한 힘과 근본적으로 동일했다”며 중산층을 키우려는 유럽 열강의 경쟁이 1차 세계대전의 불씨가 됐을 수도 있다고 시사한다. 저자는 또 1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와 독일의 중산층이 파시스트 정당에 표를 준 행위는 세금 인하와 일자리 확대, 교육·교통·참정권 확대라는 당근을 내민 파시스트들과 ‘악마의 거래’를 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중산층의 규모가 전 세계적으로 커지는 궤적은 대체로 자본주의 질서의 세계화 궤적과 포개진다.
    1975년까지 유럽과 북미에 쏠렸던 경제성장은 1975년부터 2006년까지 30여년 동안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동유럽으로 확장됐다. 이 지역에서 중산층이 급증함에 따라 전 세계 중산층은 20억명으로 늘었다. 그 뒤에는 2000년대에 세계 자본주의 질서에 본격적으로 편입된 중국에서 중산층 인구가 쏟아져나왔고, 최근 10년 남짓한 기간 동안에는 인도의 경제적 비상이 전 세계 중산층 규모를 부풀리고 있다.
    전 세계 중산층 규모의 성장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 추세다. 중산층이 10억명에 도달하는 데 145년(1830~1975)이 걸린 반면, 거기서 10억명이 더 늘어나는 데는 31년(1975~2006)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뒤 중국의 성장으로 다시 10억명이 늘어나는 데 걸린 시간은 8년(2006~2014)에 불과했다. 인도의 성장으로 10억명이 더 추가되는 데 걸린 시간도 8년(2014~2022)이다.
    중산층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까. 저자는 2030년 전 세계 중산층이 2022년보다 10억명 더 많은 50억명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향후 중산층의 성장과 관련해선 위험 요소도 만만치 않다. 중국의 사례는 중산층의 성장이 민주주의를 가져올 것이라던 서구 지식인들의 기대를 정면으로 배신했다. 기존 경제학 이론과 달리 제조업 성장 없이 경제가 성장한 인도 중산층은 “국가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동시에 그들 역시 강한 국가를 만드는 일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중산층 규모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인 글로벌 자본주의의 성장이 필연적으로 환경과 생태 파괴를 부른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중산층의 경제적 위기가 권위주의 통치로 이어지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저자는 구체적 예측을 내놓는 대신, 낙관의 힘을 강조한 언론인 톰 프리드먼의 말을 인용한다. “비관주의자들은 대개 맞고 낙관주의자들은 대개 틀린다. 그러나 모든 위대한 변화는 낙관주의자들이 이루어냈다.”
    지난 25일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와 인접한 북한산 둘레길 공원. 이슬비가 내리는 회색빛 하늘에서는 이른바 ‘러브버그’로 불리는 검은 붉은등우단털파리 수백 마리가 한창 혼인 비행 중이었다. 러브버그는 제각각 날아오른 뒤 짝을 만나면 내려왔다. 러브버그 커플의 주도권은 암컷에게 있다. 성체로 보내는 약 7일간 수컷은 암컷을 따라 후진하다가 짝짓기가 끝나면 죽는다. 암컷은 알을 낳은 뒤에야 생을 마감한다.
    경향신문은 이날 국립생물자원관, 신승관 서울대 교수 연구진이 진행한 러브버그 현장 조사에 동행했다. 과거 러브버그가 ‘대발생’한 북한산 둘레길 공원과 서울 양천구 한 아파트 단지 등이 조사 대상 지역으로 선정됐다.
    러브버그 발생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것은 명확하다. 러브버그는 2022년 서울 은평구, 경기 고양시 일대에서 집중적으로 관찰됐다. 지난해에는 서울 전역과 경기·인천에서도 대발생이 나타났고, 올해도 서식지를 넓히고 있다.
    서울 양천구 아파트 단지에서는 흰색 벽, 흰 승용차에 러브버그 수십 마리가 붙어있었다. 나무 아래, 화단 울타리 기둥 아래 등에서도 러브버그가 발견됐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꽃의 꿀을 먹고 사는 러브버그 성충은 꽃의 색과 유사한 흰색을 선호하고, 차량의 매연은 부엽토와 향이 비슷해서 러브버그를 유인한다”며 “나무 아래에는 잎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서 애벌레가 잘 살 수 있으니 알을 낳고, 주위에서 태어난 러브버그가 근처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러브버그 ‘대발생’을 위한 조건은 서울과 경기 ‘어디에나’ 마련돼 있다. 러브버그가 처음 대발생했을 때는 낙엽이 썩어 만들어지는 ‘부엽토’가 많은 산지에서 주로 번식할 것으로 봤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양천구 아파트 단지에서 대발생한 것이 관찰됐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아파트 화단 정도의 크기의 땅과 낙엽만 있어도 대발생을 했다. 이제는 서울을 넘어 수도권 일대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의 러브버그는 어디에서 왔을까. 국립생물자원관이 낸 2024년 ‘대발생 생물 발생원인 및 관리방안 마련 연구’를 보면 러브버그는 중국 칭다오에서 한국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서는 2015년에 처음 관찰됐다. 이후 새 환경에 정착하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빛을 좇아 주민 생활공간에도 모여들면서 시민들의 눈에 잘 띄게 됐다.
    과거 대발생이 있었던 지역이라도 매년 유사한 규모·밀도의 러브버그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연구진은 올해 양천구 아파트 단지에는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러브버그 발생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든 것 같다고 봤다. 다른 조사 지역에서도 처음 ‘대발생’을 했을 때만큼 많은 수의 러브버그가 관찰되지는 않을 때도 있다고 한다. 박 연구관은 “생태계에서 한 번 대발생하고 나면 참새·비둘기 같은 주변 생물들이 ‘먹이’로 인식을 해서 잡아먹으면서 개체 수 조절이 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조사의 목적에는 ‘친환경 방제 장치’를 점검도 있다. 연구진은 최근 은평구 아파트와 인접한 지역에 친환경 방제 장치 두 종류를 설치했다. ‘광원 포집기’를 3개 지점에 3개씩 총 9개를 뒀고 향을 이용한 ‘유인제 포집기’는 3개 지점에 4개씩 총 12개를 설치했다. 포집기는 지난 23일부터 작동하고 있다.
    효율은 광원 포집기가 더 좋아 보인다. 광원 포집기는 불을 켜서 러브버그를 유인하고 팬을 이용해 빨아들인다. 러브버그는 비행 능력이 그리 좋지 않아 바람을 이기기 쉽지 않다. 지난 23일 잡힌 러브버그만 수백 마리에 이른다.
    꽃향기가 나는 페닐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사용한 ‘유인제 포집기’의 성과는 광원 포집기에 비하면 미미하다. 하지만 유인제포집기는 전기 등이 필요 없어 한 번 설치하면 1~2개월 유지할 수 있다. 러브버그만 유인할 수 있는 물질을 찾는다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줄일 수 있다. 연구진은 최적의 ‘유인제’를 찾기 위한 노력도 이어갈 예정이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살충제’ 사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 본다. 신승관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화학적 방제를 하면 러브버그 외에 다른 곤충들도 모두 죽일 수 있고,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게 된다”며 “‘그물’처럼 이어진 생태계에 구멍이 생기면, 새 종이 유입됐을 때 또 대발생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관도 “러브버그를 박멸할 방법은 없고, ‘공존’하는 방법뿐이다. 서로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접점을 찾기 위한 ‘친환경 방제’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알코올 중독’ 건강 저널리스트가 쓴 33일간의 알래스카 순록 사냥기“작은 동그라미, 그 너머엔…” 과밀 도시 속 현대인에 전하는 깨달음
    포식자의 위협, 극한의 날씨, 배고픔 등으로 항상 죽음의 위협에 처했던 과거 인류와 달리 현대인은 적어도 육체적으로는 안온한 생활을 유지 중이다. “미국인은 하루 중 93% 이상의 시간을 냉난방 시스템이 있는 실내”에서 지낸다. 배고픔은 느낄 새가 없다.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는 고칼로리 음식들이 널려 있고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에는 ‘먹방’이라는 이름으로 정량 이상의 과도한 음식을 먹는 콘텐츠가 유행한다. 따분함을 느낄 새도 없다. “1920년대, 라디오가 대중에게 방송되자 처음으로 온종일 생각할 필요가 없어졌다 … 마침내 2007년 6월29일, 아이폰이 탄생하자 따분함은 영원하고 완전한 사망 선고”에 처한다.
    편안함의 시대다. 그런데 편안함은 부작용을 가져왔다. 잘 움직이지 않고 많이 섭취하다 보니 비만, 당뇨 등 성인질환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명목으로 소비되는 담배나 술에 중독되는 사례가 늘었다. 최근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마약 중독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과도한 디지털 미디어 기기의 사용은 일상생활에 집중력을 저하시키고 우울증과 편집증 등의 정신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다. 구부정한 자세로 오랫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해 미래 인류의 진화된 모습은 목과 어깨가 심하게 굽고, 손은 갈고리 모양으로 변한 형태일 것이라는 예측이 장난과 우려 속에 퍼진다.
    편안함의 습격마이클 이스터 지음 · 김원진 옮김수오서재 | 444쪽 | 2만2000원
    미국에서 건강 분야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온 마이클 이스터도 마찬가지다. 알코올중독으로 술에 취한 채 살았던 그는 어느 날 계속 이렇게 살다간 자신이 지금 죽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느낀다. 자신을 누워 있게 만들던 술이라는 ‘액체 이불’을 걷어내고 밖으로 나간다. 불편하게 먹고 자고 걸으며 그는 자연 속에서 생존하며 느끼는 적절한 스트레스와 도전이 인간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깨닫는다.
    책은 그가 떠난 33일간의 알래스카 오지 순록 사냥기와 불편함에서 나오는 지혜를 얻기 위해 만난 사람들과의 인터뷰, 그의 깨달음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그를 순록 사냥으로 이끈 도니는 말한다. “사람들은 이 작은 동그라미 안에 살고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내 잠재력이다’ 하면서, 그 너머에 뭐가 있는지, 울타리를 벗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이건… 정말로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거죠.”
    도니가 말한 울타리는 인간의 몸과 정신에만 처진 것은 아닌지도 모른다. 지금 현대인에게는 어쩌면 도시도 울타리다. 이스터는 순록 사냥 여행을 떠나며 불안감을 느끼는데 이것은 모든 것이 다 갖춰진 도시를 떠나는 불안감처럼 보인다. “오늘날 미국인의 약 84%가 도시에 산다.” 한국이라고 다를 바 없다. 사회문화적 환경이 갖춰진 대도시로 사람이 몰리고 그 울타리를 벗어나는 일은 비정상적인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과밀해진 도시는 역시 인간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도시의 편리한 교통체계는 출퇴근 시간을 비롯해 유입량이 몰리는 시간이면 종종 마비에 빠지기도 한다. 어떨 때는 그저 걷는 것이 차를 타고 막힌 도로를 빠져나가는 것보다 빠르다. 정신적으로도 그렇다. 책은 진화심리학자 사토시 가나자와 런던정경대 교수의 말의 빌려와 “인구 밀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인간의 뇌는 불편함을 느끼게 되고, 이런 불안감과 불편함은 주관적인 행복감의 하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생체역학자 케이티 보먼의 말을 빌려와 평범한 도시의 사무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인공 수족관에 감금당한 범고래에 비유하기도 한다. “수족관에서 자라는 범고래는 지느러미가 힘없이 쓰러지는 경우가 많아요. 자연에서 사는 범고래에게는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아요. 지느러미를 꼿꼿이 세우고 매일 수백㎞를 헤엄칠 수 있을 정도로 부하를 견디는 힘이 세거든요.”
    저자는 어느 날은 죽음을 생각하다 “하루에 한 번에서 세 번씩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국가 교육 과정으로 포함되어 있다”는 부탄으로 날아간다. 부탄 행복부 장관 등을 만나 행복과 죽음 등에 대해 묻는다. 인간을 위기에 빠뜨린 편안함이라는 것을 주제로 조금씩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세계 질서의 흐름에 합류하라”며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면 주저하지 않고 이란을 공습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 요구대로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라고 이란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지난 며칠간 나는 대이란 제재 해제 등을 논의하며 이란이 완전하고 빠르고 완벽하게 회복할 수 있는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하려 했다”면서 “그러나 분노와 증오, 혐오의 발언을 들었고 즉시 제재 완화와 관련된 모든 작업을 중단했다”고 썼다.
    그는 “나는 이른바 이란 최고지도자가 어디 은신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음에도 이스라엘군이나 미군이 그의 목숨을 끊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나는 그를 매우 추하고 불명예스러운 죽음에서 구해줬다”고 했다. 이어 “이란은 세계 질서의 흐름에 다시 합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선 이란이 우라늄을 위험한 수준으로 농축할 경우 다시 공격하겠냐는 질문에 “당연하다. 고민할 여지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이란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으라고 요구할 것이라며 “우리를 포함해 우리가 존중하는 사람이 사찰에 참여하도록 하겠다”고도 말했다.
    미국은 지난 24일 이스라엘·이란 간 휴전이 성사된 뒤 이란 핵 프로그램 폐기의 대가로 대이란 제재 해제, 우라늄 농축 없는 민수용 핵 프로그램 투자 방안 등을 논의해왔다. 그러나 이란 의회는 지난 25일 IAEA와의 협력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를 채택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지난 26일 이란이 이스라엘과 미국에 승리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핵 프로그램 폐기 요구는 헛소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폭격 발언에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SNS 엑스에 “트럼프 대통령이 진심으로 협상을 원한다면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에 대한 무례하고 용납할 수 없는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고 적었다. 이어 “이란 국민은 위협과 모욕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며 “더 큰 실수가 계속되면 이란은 주저하지 않고 진정한 힘을 드러낼 것”이라고 했다.
    이란은 ‘다음 주 협상’을 기정사실처럼 거론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현재로선 협상 계획이나 의제도 없고, 대표단 임명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아라그치 장관은 전날 공개된 이란 국영 IRIB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의 군사 개입 결정이) 협상을 더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란에선 이스라엘 공습에 숨진 이란 군 장성과 핵 과학자 등 60명의 장례식이 28일 테헤란에서 국장으로 진행됐다. 조문객 수천명은 운구 행렬을 뒤따르며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의 죽음을” 등 구호를 외쳤다고 이란 국영TV는 전했다.
    기성용(36) 없는 기성용 더비였지만 경기장 안팎은 기성용 이적 논란으로 뜨거웠다.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FC서울-포항 스틸러스전은 응원 보이콧을 선언한 서울 서포터스 수호신이 정작 경기가 시작되자 팀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는 모순된 감정이 뒤섞인 현장이었다.
    경기 4시간 전 경기장 밖에서는 땡볕 더위에도 팬 160여명이 참석한 장례식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방어회를 제사상에 올리고 향을 피우는 퍼포먼스로 구단의 레전드 기성용 이적 방침에 불만을 드러냈다. 기성용 이적 논란 무마를 위해 일부 서포터스와 방어회를 먹었다고 소문이 돈 김기동 감독을 조롱하는 의미였다.
    수호신은 킥오프 전부터 “김기동 나가”를 외쳤다. “전술 짜랬지 정치하랬나”라는 등 구단과 김 감독을 비난하는 내용이 적힌 다수 플래카드를 들어 올렸다. 관중석은 기성용의 등번호 6번이 새겨진 FC서울 유니폼을 입은 팬들로 가득 찼다. 기성용은 스카이박스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아직 포항 선수로 등록되지 않아 출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팬들이 부르는 기성용 응원가가 경기장에 울려 퍼질 때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기성용이 앉아 있는 스카이박스로 향했다.
    출전 선수 명단 소개 시간에도 비난은 여전했다. 수호신은 기성용을 영입하기로 한 포항 구단의 선수들이 호명될 때는 박수를 치면서도, 김기동 감독이 소개될 때는 엄청난 야유를 쏟아냈다. 이어 “김기동 나가”라는 외침도 여러 번 들렸다.
    그런데 정작 경기가 시작된 뒤 선취골이 터지자 수호신의 태도가 바뀌었다. 전반 15분 제시 린가드의 페널티킥 선제골이 터지는 순간, 응원 보이콧을 선언한 팬들은 반사적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전반 20분 정승원의 골이 오프사이드로 취소됐음에도 골망을 흔든 순간에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서울은 상대 선수 퇴장에 따른 수적 우위 속에 전반에만 3골을 몰아치며 주도권을 잡았다. 후반 29분 포항 이동희가 만회골을 넣었지만, 여름 이적시장에 영입된 클리말라의 쐐기 골까지 더해 서울이 4-1로 대승했다.
    김기동 감독이 바라던 경기 결과였지만 6번 유니폼으로 가득 찬 관중석과 스카이박스에서 관전한 기성용의 모습은 FC서울이 처한 미묘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팬들은 응원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하면서도 결국 팀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하루 종일 모순된 상황과 미묘한 감정들이 계속 교차했다.
    기성용은 경기가 끝난 후 사복 차림으로 경기장을 돌며 응원 와 준 팬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수호신은 “서울의 캡틴 기성용”을 외치며 뜨겁게 맞았다. 기성용은 한참을 머뭇거리다 입을 뗐다. 그는 에이징 커브를 언급하면서 “언젠가는 올 이별의 시간이 왔다. FC서울이 나로 인해서 힘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응원을 부탁했다. 수호신은 그가 그라운드를 떠날 때까지 응원가를 목놓아 불렀다. 팬들은 경기장을 떠나며 “아쉽다”는 말을 연발했다.
    김기동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수호신 앞으로 나갔다. 환호는커녕 “김기동 나가”라는 야유만 다시 들어야 했다. 결국 김 감독이 팀 레전드 기성용이 떠난 빈자리를 좋은 경기력으로 계속 채워나가는 것만이 부정적 여론을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길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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