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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보] 정진우 중앙지검장 “어려운 시기 중책…신뢰 받는 검찰 되도록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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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또또링2
    댓글 0건 조회 5회 작성일 25-07-0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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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4일 첫 출근길에서 “국민으로부터 신뢰 받는 검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 지검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으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어렵고 중요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되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중앙지검 구성원들과 합심해서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에게 주어진 소임을 제대로 바르게 수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방안에 대한 입장에는 말을 아꼈다. 정 중앙지검장은 “오늘 첫 출근 하는 날이고 인사드리는 자리니까 구체적인 말씀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다”며 “다만 국민으로부터 신뢰 받는 검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 지검장은 ‘윤석열 정부와 가까운 인사라는 지적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의에는 “검사 생활을 해오면서 중심을 지키고 바르게 일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지금껏 검사생활 했다”며 “다만 그런 비판이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듣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야심 차게 추진해 온 대규모 감세법인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이 진통 끝에 3일(현지시간) 연방 의회에서 최종 가결됐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재정 적자 증가와 저소득층 복지 혜택 축소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성공적으로 차단하며 자신의 당 장악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로써 이민자 추방, 화석 에너지 확대 등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의제는 더욱 강력한 추진 동력을 얻게 됐다.
    미 하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고 상원에서 일부 수정돼 가결 처리된 후 하원으로 다시 넘어온 해당 법안을 찬성 218표, 반대 214표로 통과시켰다. 부채 증가 등의 이유로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던 공화당 내 강경 보수파 모임인 프리덤코커스 소속 의원들도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공화당 내 이탈표는 토머스 매시(켄터키), 브라이언 피츠패트릭(펜실베이니아) 의원 등 2명에 그쳤다.
    이로써 공화당은 7월4일 독립기념일 전까지 백악관 집무실 책상 위에 해당 법안을 올려놓으라고 지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마감 시한까지 완벽하게 맞출 수 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진행된 미국 독립 250주년 축하 킥오프 행사에서 법안 통과가 “경이적인 승리”라며 “미국에 이보다 더 좋은 생일 선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내 이탈표를 줄이기 위해 최근 며칠 동안 의원들을 상대로 회유와 협박 공세를 펼쳤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이나 버지니아주에 있는 자신의 골프장으로 공화당 의원들을 소규모씩 불러들여 설득작업을 벌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의 손에 직접 서명한 굿즈나 대통령 집무실 사진 등을 선물로 쥐여줬다. 심지어 자녀에게 줄 기념품까지 세심히 챙겨줬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근과 함께 매서운 채찍도 본보기로 휘둘렀다. 반대표를 던진 매시 하원의원과 톰 틸리스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을 내년 중간선거에서 반드시 낙선시키겠다고 협박한 것이 그 예다. 이후 틸리스 상원의원은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결국 공화당을 압박해 법안 통과를 성사시킨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자 추방,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인 골든돔 개발, 화석연료 확대 등 자신의 역점 사업을 더욱 강력히 추진할 법적 근거와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로이터통신은 임기 첫 5개월 동안 대통령 권한의 한계를 뛰어넘어 대법원·로펌·대학·언론 등 미국의 주요 기관들을 하나씩 접수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 통과로 의회까지 굴복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권력 확대의 정점을 찍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재정적자 증가와 저소득층 복지 혜택 축소로 인한 후폭풍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메디케이드 예산 축소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세력인 저학력 노동계층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9%는 이 법안에 찬성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그로 인한 정치적 대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공화당이 장기적으로 감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당장 내년 중간선거에서 메디케이드 축소에 분노한 지역구 유권자들을 달래야 하는 무거운 숙제를 안게 됐다. 법안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가 정계 은퇴를 선언한 틸리스 상원의원 의석이 민주당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가정의 달’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불안해진다. 이 문구는 늘 희생을 요구한다. 남자로서 부인하고 싶지만, 그 희생은 대개 여성의 몫이다. 정책은 가족을 위한 것이고 복지라고 써놓았지만, 정작 남편들은 그걸 ‘자기개발비’쯤으로 해석하는 일도 많다.
    사실, 이런 일은 오래전부터 그랬다. 50년 전 독일에서는 아이 옷을 사라고 지급한 아동수당이 이상하게도 아빠들의 양복값으로 증발했다. 정부는 놀랐고, 곧장 수령인을 엄마로 바꿨다. 그러자 수당은 마침내 제자리를 찾아 아이들 옷장에 안착했다. 학계에선 “복지의 도착지 오류”라는 기괴한 개념을 만들었고, 가정 내 자금 흐름의 오묘한 비밀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비밀의 역사는 계속됐다. 북유럽에서 남성에게 육아휴가를 의무화했다. 아빠가 육아의 몫을 나누도록 강제한 것이다. 그랬더니, 낚시터를 찾아 강과 바다로 나가는 젊은 아빠들이 난데없이 늘었다. 휴가의 목적은 ‘육아’였으나 사용처는 ‘휴양’이었다. ‘낚시지표’가 유럽 복지정책의 새로운 성과지표로 떠오른 것이다. 당국은 심각해졌고 학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젊은 아빠들은 여전히 강가에 앉아 시간을 낚았다.
    한때 유명했던 책 <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는 남자들에게 일종의 구원이었다. “봐, 우리는 원래 이렇게 태어났어.”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 책은 원래 ‘서로 다르니 이해하자는’ 것이었지만, 남자들은 이를 ‘우리는 이럴 수밖에 없다’는 면죄부로 읽었다. 이해가 아니라 포기였다. 포기는 곧 안도의 다른 말이다. 우릴 더 비난하지 마세요, 우리도 어쩔 수 없어요. 남자들은 그렇게 외쳤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독일에서 진행된 최근의 연구는 이 ‘남자들의 말귀 문제’가 단순한 성향이나 기호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고 까발린다.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부부 중 한 사람이 중요한 경제정보를 얻게 되면, 과연 그 정보가 가정의 살림살이 결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정보를 받은 사람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대체로 파트너에게 그 정보를 공유했다. 그렇다. 남편도 정보를 전달한다. ‘남편은 말을 아낀다’는 속설은 근거 없는 낭설이었다. 문제는 그 정보를 전달받은 배우자의 반응. 아내는 전달받은 정보를 살림살이 판단에 반영했다. 하지만 남편은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정보를 듣고도 듣지 않은 듯 행동했다. ‘개무시’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정보가 중요한 게 아니다. 누가, 언제, 어떻게 주는가도 문제가 아니다. 듣는 능력 자체가 문제다. 연구진은 어려운 전문용어로 설명했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남편의 ‘말귀 능력’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것이다. 유전적 ‘차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유전적 ‘열세’다.
    이 시대를 같이 아프게 살아가는 사내라고 믿었던 나는 슬퍼졌다. 숫자와 그래프가 가득한 논문을 읽고 눈물이 찔끔 날 뻔했다. 결국 문제는 ‘남성 일반’이라기보다는, 듣고도 자기 방식대로 해석해버리는 특정한 태도다. 남자는 정보를 공유하는데, 정작 그 정보를 믿지 않는다. 아니, 귀찮아서 외면한다. 그도 아니면, 이미 정해놓은 답만 듣고 싶어 한다. 말귀를 못 알아먹는 게 아니라, 알아듣고 싶지 않은 것이다.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다시 돌이켜 본다. 외면과 고집, 편견과 태만이 합쳐진 그 고요한 무반응의 순간. 옆에서 아내는 중요한 정보를 말해주고 있는데, 남편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어설픈 농담으로 얼버무린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는 이렇게 말한다. “그 얘기, 예전에 했었어, 정말?”
    그나마 위안이라면 이 모든 연구가 독일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순간 나는 희망을 품었다. “그래, 독일 남자들, 쟤네들이 원래 좀 그래.” 하지만 왠지 그 말이 나 자신을 향해 돌아오는 싸늘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이제는 변명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원래 그런 종이야”라는 자기 위안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가정 살림은 개인의 감각에만 맡겨둘 수 없고, 정보를 듣는 태도야말로 현대 가정의 핵심 역량이다. 대화란 단지 말의 교환이 아니라 서로 듣고 수용하는 가장 작은 민주주의다.
    오늘 저녁만이라도 제대로 들어보자. 아내가 하는 말을, 아이가 던지는 질문을, 아니면 자기 자신이 한숨 섞어 말한 그 속삭임을. 언제까지 독일 핑계만 대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그나저나 제일 큰 문제는 바로 나다.
    자정에 가까운 시각, 텅 빈 밤거리로 나섰습니다. 무더웠던 낮에 비해 기온이 뚝 떨어진 밤공기는 안개가 낀 듯 촉촉했습니다. 여름밤은 나긋했습니다. 기분이 적당히 차분해지는 종류의 서늘함이었습니다. 그때 사거리 신호등의 초록불이 깜빡거리기에 달릴 준비를 했습니다. 저는 혼잣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때가 많은데요. “지금이야. 달려. 달려!” 하면서 달리기 시작하려는데 곧바로 빨간불이 됐습니다. 저는 본격적으로 달리려다가 우뚝 멈춰 서는 우스꽝스러운 모양새가 됐지요.
    그때 옆을 보니 거기 남자분이 서 계셨어요. 사거리에는 우리 둘만 있었고 우리는 눈이 마주쳤습니다. 둘밖에 없는 데다 제가 방금 애니 주인공처럼 파이팅 넘치는 혼잣말을 했고 더군다나 우스꽝스럽게 멈춰 섰으니까요. 그분은 애써 모른 척 시선을 돌렸고 저도 아래로 시선을 떨구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정말 귀여운 개 친구들이 있는 게 아니겠어요. 무려 커다란 삽살개가 둘이나요. 하나는 눈처럼 하얗고 다른 하나는 석탄같이 시꺼멨습니다. 둘 다 눈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털이 부숭부숭해서는 혀를 내놓고 잔뜩 신이 나 있었습니다. 잘 길들여진 친구들인지 신호를 기다리는 주인 옆에서 얌전히 자리를 잡고 있었어요.
    저는 삽살개들이 귀여워서 종일이라도 쳐다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남의 개들을 빤히 쳐다보는 것이 예의 바른 행동인지 판단할 수 없어 애써 고개를 앞으로 돌렸습니다. 그때 딱딱한 것들이 부딪히는 것 같은 토도독토도독 소리가 났어요. 저는 다시 삽살개들을 보았습니다. 주인이 삽살개들에게 간식을 주는 소리였습니다. 토도독토도독.
    그때 다른 쪽 길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어요. 추리닝과 슬리퍼 차림의 남자. 목적지가 없어 보이는 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걸이. 어딘가 의례적인 듯한, 느긋한 듯한 그들의 걸음 끝에는 역시 동행자가 있었습니다. 이번엔 하얀 시추였어요. 시추가 맞나? 하여튼 삽살개의 반만 한 시추였습니다. 시추는 앞으로 시선을 고정하고 발랄하게 걸어오다가 신호등 기둥에서 멈춰 킁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주인은 무심코 걸어오다가 시추가 멈추자 함께 걸음을 멈췄어요. 그제야 거기가 신호등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듯했습니다. 그러곤 멀지 않은 곳에 커다란 삽살개 두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시추는 신호등 기둥을 향해 한쪽 다리를 번쩍 들어 올렸고, 주인은 삽살개를 힐끔거렸습니다. 쳐다봐도 될까 고민하는 것 같았어요. 삽살개는 토도독토도독 소리를 내고 있었고, 그래도 그게 예의가 맞나, 하는 고민을 하면서요.
    그러다 시추가 드디어 삽살개를 발견한 겁니다. 시추는 목줄이 허락하는 데까지 삽살개를 향해 돌진했습니다. 시추의 주인은 그들이 너무 가까워지지 않도록 목줄을 잡아 저지했습니다. 반면 삽살개 주인은 미동도 하지 않았어요. 삽살개의 주인은 개들의 털을 사이좋게 섞어놓은 듯이 머리가 멋있는 색으로 세어 있었습니다. 역시 잘 훈련된 듯한 삽살개들은 시추를 보고도 주인 곁을 떠나지 않았어요. 하얀 삽살개만이 그 자리에서 시추를 바라보며 쇳소리를 냈습니다. 개들은 어떻게 저런 희미하면서도 무시하기 어려우면서도 분명한 쇳소리를 내는 걸까. 저는 감탄했고 시추와 삽살개는 서로의 냄새를 맡고 싶어 했습니다.
    그때 별로 멀지 않은 곳에서 또 한 명의 추리닝, 슬리퍼, 같은 속도의 걸음걸이, 그리고 역시나 또 하나의 개가 종종거리며 다가오고 있었어요. 귀를 쫑긋 세운 웰시코기였습니다. 요즘이 산책하기 좋은 시기인가 봐요. 그쵸. 많이 덥지도 않고, 적당히 서늘하고. 그래서인가 봐요. 벌써 자정인데, 이렇게 한적한 사거리가 오후 두 시처럼 개판이 벌어졌습니다. 이거 뭐 나이트 워커스네. 귀여운 강아지들을 예의에 어긋나지 않을 정도로만 흘깃거리고 있는데, 어느새 다시 초록불이 되었습니다.
    로저 페더러는 테니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다. 테니스 선수로 20여년을 뛰는 동안 줄곧 세계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세계랭킹 1위를 무려 310주(누적) 동안 지키고 있었다. 햇수로도 약 6년이다. 메이저 대회 우승만 20번이나 했다. 날카로운 원핸드 백핸드는 기술을 넘어 ‘예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22년 은퇴한 페더러는 지난해 6월, 미국 다트머스대학 졸업식 연단에 섰다. 그리고, 오랫동안 회자될 유명한 졸업 연설을 남겼다.
    페더러는 “사실 저는 노력 없이 자연스럽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실제 페더러는 테니스를 쉬워 보이게 만드는 대표적인 선수다. 말도 안 되게 멀리 떨어지는 상대의 강한 공격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발레리노’처럼 따라가 쓱 미끄러지며 원핸드 백핸드로 받아넘겼다. 그 어려운 걸 해내고도, 별것 아니라는 표정을 짓기 일쑤였다. 땀도 별로 흘리지 않았고, 숨을 몰아쉬지도 않았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서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진실에 가깝다. 페더러는 “제가 대회에서 몸을 풀 때 편하게 보이니까, 별로 훈련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고 특유의 수줍은 표정을 띠며 말했다.
    페더러는 이어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근성(grit)의 문제”라고 했다. 남들이 보기에 쉬운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 이를 위해 끈질기게 부딪치고 노력하는 것이 승리의 비결이라는 뜻이다.
    여기까지는, 최고의 테니스 선수였던 페더러의 어쩌면 ‘꼰대’스러운 뻔한 내용이다. 이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건, 페더러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반전은 그다음. 페더러의 진짜 교훈은 “모든 열쇠는 딱 한 점(point)”이라는 데 있다. 지금 순간, 따낼 수 있는 딱 한 점이 모든 것의 출발이고, 끝이다. 조금 전 잃어버린 점수 1개는 이미 지나간 일이고, 지금 눈앞에 놓인 한 점을 따기 위해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페더러는 커리어 동안 단식 1526경기에서 1251승275패를 기록했다. 승률은 82%다. 10번 중 8번을 이겼고, 그게 누적 합계 6년 동안 세계랭킹 1위를 지킬 수 있도록 한 힘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든 경기, 모든 승리를 압도적으로 치른 건 아니다. 프로테니스협회(ATP)의 통계에 따르면 페더러가 커리어 내내 따낸 포인트와 잃은 포인트의 비율을 따지면, 54% 수준이다. 세트를 따내기 위해서는 상대보다 1~2포인트만 더 얻으면 된다. 그 1포인트의 차이들이 쌓여 82%의 승률을 만들었다.
    페더러는 “겨우 54%였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도 포인트에서 절반 조금 넘게 앞섰을 뿐”이라고 말했다. 테니스 ‘3대장’이라 불리는 라파엘 나달, 노바크 조코비치도 포인트로 따지면 다들 54% 언저리에 그친다.
    페더러의 교훈은, 그러니까 악착같이 남보다 1점을 더 따내란 얘기가 아니다. 어차피 절반에 가까운 46%는 잃는 점수라는 걸 가슴에 새겨두란 얘기다. 지금 이 순간, 말도 안 되는 플레이로 엉망진창 점수를 내준다 한들, 그것 역시 언제고 잃을 수 있는 1점이란 얘기다. 어차피 절반은 진다고 생각하면, 당장의 실점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고, 거꾸로 그 마음가짐이 다음에 따낼 포인트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4%의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얘기다.
    페더러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은 매 포인트를 이겨서 최고가 아니다. 그들은 점수를 내줄 것을, 질 것을 알고 있고, 그 상황을 다룰 수 있기 때문에 최고다”라고 말한 뒤 “일단 받아들이고, 필요하면 울고, 그러고 나서 억지로라도 웃어라”라며 그 사람 좋은 미소를 보였다.
    지금의 실점이, 지금의 실수가, 지금의 어쩌면 실패처럼 보이는 삐끗이 곧장 ‘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손톱만큼이라도 밀리면 끝이라는 각자도생과 무한경쟁의 시대를 헤쳐나가는 중이다.
    페더러가 말했다. ‘반타작’만 해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고. 그 한 포인트가 모이면 불가능해 보이는 중력 탈출 속도 초속 11.2㎞에 이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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