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제2집무실 세종 이전 속도 내볼 생각…말한 건 지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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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이날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충청에서 듣다, 충청 타운홀 미팅’에서 “세종으로 이전하자는 의제는 오랜 의제라서 가급적 오래된 약속대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행정수도 세종 완전 이전 등은 개헌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세종 완전 이전은 헌법개정 문제라서 그렇게 쉽지 않다”며 앞서 노무현 정부 때 신행정수도 추진 계획이 2004년 헌법재판소에서 관습헌법에 따라 위헌 결정을 받은 것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대통령실) 제2집무실을 짓는다는 것은 가능하다고 하고, 국회의사장을 세종에 짓자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니까 그거는 저희가 속도를 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저는 말한 건 지키니까 혹시 어기진 않을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며 “국가기관 이전 문제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많이 약속된 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는 충청권 시민들의 이해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충청권도 행정 수도 이전의 혜택을 보는 것이고, 수도권 국민 입장에서는 왜 충청이냐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며 각 지역별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안에 상호 이해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3일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을 소환조사했다. 김 전 수석은 계엄이 해제된 지난해 12월4일 법률가 출신 정부·대통령실 인사들과 ‘안가회동’에서 계엄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 1차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로 윤 전 대통령과 공범 관계다. 특검팀은 오는 5일로 예정된 윤 전 대통령 2차 조사를 앞두고 외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다지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김 전 차장과 김 전 수석은 이날 오전 차례로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두 사람은 혐의에 관해 묻는 기자들에게 일절 답하지 않고 조사실로 향했다.
김 전 수석은 지난해 12월4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한정화 전 민정수석실 법률비서관 등과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에서 만났다. 이들은 모두 윤 전 대통령과 가까운 검사나 판사 출신이어서, 계엄 해제 이후 법률적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전 수석은 회동 다음날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에게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해야 하는데 비상계엄 관련 문서가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후 강 전 실장은 계엄 선포문을 새로 작성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서명을 받았다. 한 전 총리가 며칠 뒤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없던 일로 하자’고 해 문건은 폐기됐다고 한다. 특검팀은 지난달 30일 강 전 실장을 불러 이러한 과정에 대한 진술을 받았다.
특검팀은 사후 선포문 작성과 서명이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사후적으로 확보하려는 시도가 아니었는지 의심한다. 이러한 과정이 윤 전 대통령 지시로 진행됐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김 전 수석은 지난해 10월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두 차례 통화하면서 윤 전 대통령 부부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는다. 당시는 ‘명태균 게이트’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고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나오기 며칠 전이다.
김 전 차장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1차로 시도했을 때 윤 전 대통령 지시를 받고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차장은 “공수처가 발부받은 영장은 위법하다”는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 논리를 경호처 직원들에게 전하며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장은 계엄 해제 사흘 뒤인 지난해 12월7일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계엄 실행에 핵심 역할을 한 군사령관들의 비화폰 정보를 삭제하라는 윤 전 대통령 지시를 받았다. 이후 김 전 차장은 “대통령 지시”라며 경호처 실무진에게 삭제를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경호처 직원들은 증거인멸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번 주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를 보강하기 위해 계엄 선포 국무회의 전후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일 한 전 총리와 김정환 전 대통령실 수행실장을 상대로 국무회의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국무위원들을 추가로 불렀는지를 캐물었다.
특검팀은 같은 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조사했다. 두 장관은 계엄 선포 국무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계엄 당일 연락을 받지 못했거나 늦게 연락을 받아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국무위원들이 헌법에 규정된 ‘국정에 관한 대통령 보좌’와 ‘국무회의 구성원으로서 국정 심의’ 권한을 박탈당한 직권남용 피해자란 논리를 구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다른 당시 국무위원들에 대한 조사도 이미 마쳤거나 앞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군이 평양에 무인기를 날려 북한의 공격을 유도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윤석열 전 대통령) 지시라고 했다”는 취지의 현역 장교 녹취록을 최근 확보해 분석하는 등 외환 혐의 입증에도 힘을 쏟고 있다. 특검팀은 국방과학연구소가 드론사에 무인기를 납품하는 과정의 실무자였던 국과연 항공기술연구원 연구원 정모씨를 지난 1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부산의 아파트에서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화재가 발생해 어린이 2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또 발생했다.
3일 부산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2일 오후 10시58분쯤 부산 기장군 기장읍의 한 아파트 6층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아파트 맞은편에 있는 빌라 주민이 검은 연기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소방관이 출동해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거실과 현관 중문 앞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A양(9)과 동생 B양을 발견했다. 119 구조대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며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자매는 끝내 숨졌다.
불은 오후 11시33분쯤 진화됐다. 이 아파트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2007년 준공한 13층짜리 공동주택으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은 아니었다.
경찰에 따르면 화재 당시 부모는 외출한 상태였다. 자매는 화재 발생 전 부모가 운영하는 가게에 있다가 이모집에 들렀고, 잠자리에 들기 위해 오후 10시22분쯤 귀가했다. 이 아파트에서는 이날 오후 7~8시 사이 두세 차례 정전이 일어났다. 정전이 벌어진 원인은 명확하지 않았다. 관리사무소 측이 정전 수리를 위해 전기 기사를 불렀고, 오후 9시50분쯤 복구 작업을 마쳤다. 이후 약 1시간 뒤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원인을 밝히기 위해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거실의 에어컨 주변에서 최초 발화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발화 지점과 원인을 찾기 위해 정밀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부산에서는 이번 화재와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6월24일 개금동에서 부모가 야간 근무를 하러 나간 사이 아파트에서 불이나 11세·7세 자매가 숨졌다.
나는 북경의 택배기사입니다후안옌 지음 | 문현선 옮김윌북 | 332쪽 | 1만8800원
대도시의 인파를 보며 생각하곤 한다. 다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했을까. 어떤 의미가 있는 하루를 보냈을까. 같은 날 같은 공간을 스치지만, 누군가는 별다를 것 없이 보냈을 시간에 다른 이는 일생일대의 중대한 결심을 내렸을지도 모른다.
책 제목이 곧 저자의 대표 이력이다. 그는 베이징(북경)에서 택배 일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온라인에 글로 써 명성을 얻었지만, 광저우의 물류센터 야간근무자였고, 상하이 자전거 가게의 직원이기도 했다. 저자의 직업 이력만 19개다.
저자는 담담히 자신이 일했던 경험을 풀어낸다. 어떻게든 임금을 적게 주려는 물류회사의 관리자들, 주소를 잘못 적어놓고도 배달사고의 책임을 택배기사에게 덮어씌우려는 진상 손님들… 그들을 겪으면서도 생활비를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 “점심을 건너뛰고 화장실 가는 횟수를 줄이려 물도 마시지 않은” 저자는 “1분당 0.5위안(약 95원)”의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상급자나 동료들과의 갈등 속에서 “어떤 사람이 되는지는 내가 처한 환경에 좌지우지됨”을, 주유소에서 일할 때 택시기사와 다투며 “비천한 사람들은 권력에 반항해 봐야 힘만 들기 때문에 다른 비천한 사람을 괴롭힌다”는 것을 깨닫는다. 택배회사가 문을 닫게 돼 빠른 배달에 신경 쓰지 않게 되면서 “업무 효율을 상관하지 않자 모든 고객이 친절하게 대해주고 진심 어린 미소를 지어주었다”며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으면 세상이 화목하고 정겨워질 수 있다는 게 증명됐다”고도 느낀다.
맞서 싸우기보다는 어떻게든 현실에 맞춰가려 한 저자의 성격 때문에 상황 변화가 극적으로 일어나는 경우는 적지만, 오히려 일상과 닮은 그의 삶에서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 일터에서 만난 이들을 때때로 저주하기도 했지만 저자는 “삶의 경험이 쌓이면서 원한의 무가치함을 깨달았다”며 “일하면서도 그 속에서 자기 긍정과 행복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했다.
소설가 김애란(45)이 신작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로 돌아왔다. ‘돈과 이웃’을 소재로 그 사이에서 오는 계급적 긴장을 문학적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눈에 띈다. 동시대의 사회적 단면을 담아내는 단편의 매력을 한껏 품은 작품들을 읽다 보면, 이번 책의 해설에서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왜 “나는 김애란이 오랫동안 사회학자였고 이제야말로 유감없이 그렇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는지 이해가 간다.
<바깥은 여름>이후 8년 만에 소설집을 낸 작가를 지난 1일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지난해 장편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냈지만, 단편의 매력은 또 다르다. 그는 “한국 사회는 변화의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보니, 이를 포착해서 담아내는 것에는 단편의 속도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장편이 어떤 막의 틈 사이로 몸을 밀고 들어가 육체적으로 경험하는 느낌이라면, 단편은 그 틈으로 무언가를 목도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가 목도한 한국 사회의 현실이 소설의 첫 작품 ‘홈 파티’에서 부터 펼쳐진다. 지인의 최고경영자 과정 동기 모임에 참석한 40대 연극배우 이연의 이야기다. 조용한 대단지 아파트, 집주인의 취향이 돋보이는 집으로 초대받은 주인공은 그곳에서 자신과 ‘그들’을 가르는 미묘한 경계를 느낀다.
‘홈 파티’가 은근하게 그어진 계급의 선을 통해 독자에게 알 수 없는 긴장을 선사한다면 ‘좋은 이웃’은 좀 더 직접적이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기 전 아파트를 사지 못해 전세로 살며 곧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 처한 중년 여성 주희가 주인공이다.
“젊은 시절, 나는 ‘사람’을 지키고 싶었는데 요즘은 자꾸 ‘재산’을 지키고 싶어집니다”라는 주희의 독백은 지금 한국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좋은 이웃’은 2021년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발표됐다. 실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던 시기와 겹친다. 작품은 이듬해 오영수문학상을 받았다.
작가는 “사후적으로 돌아보면 사회적인 소설들을 많이 썼지만, 적극적인 사회파 작가는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사회 문제에 둔감하지 않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동료 문인들과 팽목항을 직접 찾았고, 2019년 낸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글을 실었다. 지난해 12·3 불법 계엄 이후엔 광장을 찾아 익명의 시민으로 연대하기도 했다. 한강 작가 등이 참여한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촉구 한 줄 성명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알아야 속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사회적인 사건들의 현장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좋은 이웃’의 말미에는 조세희 작가가 1978년 발표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한 대목이 실렸다. 책은 급속한 도시화 과정에서 소외된 하층민의 고통을 환상적인 분위기로 풀어내며 한국의 산업화 시기를 다룬 명작으로 꼽힌다. 작가는 “한국 근현대 문학의 역사를 의식하며 쓰고 싶었다. 집, 거주, 이주, 혹은 계층의 문제는 선배 세대 작가들이 꾸준히 써온 소재다. 그 역사 안에서 지금은 어떻게 다르게 쓸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작품에 “가장 가깝게 영향을 준 자료들은 동시대의 풍경과 신문”이라고 했다. 작가는 “신문에는 동시대의 일들이 매일 전해진다. 사건뿐 아니라 언어에도 관심이 많은데, ‘영끌’이라는 단어를 접하고는 ‘영혼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쓴 적이 있나’ 싶었다”며 “‘이제 우리에게 영혼이라는 것은 이렇게 되었구나’라고 생각했다. 말의 감수성으로 기사를 읽기도 했다”고 말했다.
소설 안에서 현실의 욕망과 고민들은 순간의 사건에 그치지 않고 삶을 대하는 태도로까지 확장된다. 작가는 “지난 몇 년은 특히 모두가 굉장한 돈이나 이익에 몰두했던 시기다. 경제적인 상황은 삶의 기본적인 필요기 때문에 그것 자체를 가치판단하는 것은 아니”라며 “자기 보존의 욕구가 만연한 사회에서, 어느 순간 이웃의 생명이나 안전을 놓고 저울질해야 하는 순간에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드러나는지 그것을 보려고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그의 시선은 어디로 향할까. 작가는 “돌봄이나 노화, 질병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것 같다”며 “심리적 불안을 다루기에도 적합하기 때문에 서스펜스나 장르적 성격을 가진 작품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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