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SMR 가상 수요와 정치 포획의 위험한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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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1960년대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풍요한 사회>에서 “현대 자본주의는 소비자의 자율적 수요가 아니라 광고, 마케팅, 국가 지원에 의해 조작된 욕망으로 움직인다”고 이미 지적했다. 이 경고는 지금의 SMR 열풍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소스타인 베블런과 허버트 마르쿠제 또한 산업자본주의가 ‘과시적 소비’와 ‘거짓 욕망’을 유도한다고 분석했다. SMR은 바로 이 메커니즘 위에 구축된 구조물이다.
SMR은 여전히 실증 단계에 머물고 있으며, 경제성은 기존 대형 원전보다 낮고, 안전성도 검증되지 않았다. 핵폐기물 문제는 여전히 숙제이며, 소형이라 안전하다지만 다수 호기를 한 부지에 집적해 새로운 안전 위협 요인을 만든다. 그럼에도 핵산업계는 ‘친환경 미래기술’로 포장하여 수십조원의 예산을 끌어모으려 한다. 특히 시민사회와 논의도 없이 특별법 제정 등 밀실 입법을 시도하는 행태는, 공론 절차를 우회하는 위험한 선례를 만들고 있다.
공공 예산이 투입되는 기술이라면 그에 합당한 시장성과 공공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SMR은 민간 수요가 없으며, 정부재정 지원 없이는 존속 자체가 어렵다. 실제로 SMR 관련 예비타당성 평가에서는 비용편익비(B/C)가 0.5~0.7 수준에 불과했으나 ‘문무대왕연구소’ 설립을 위한 한국개발연구원의 재평가에서는 1.57로 나왔다. 이 수치는 국내 수요를 2031년부터 37기, 해외 수요는 514기로 과장한 결과였다. 편익의 97.7%를 전기판매 수익으로 산정한 방식 등 시장 검증 없이 수익만 부풀린 ‘조작에 가까운’ 평가였다. 전 세계에서 아직도 가시화된 SMR 사업은 단 한 기도 없다.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원전 4배 확대를 선언하고 행정명령까지 내렸지만, 주 단위 공익사업위원회(PUC)가 SMR 관련 요금 인상을 승인하지 않자 사업들은 줄줄이 좌초됐다. 미국에는 주정부의 자율적 견제 장치라도 있지만, 한국에는 이런 제도적 안전망이 없다. ‘원전 르네상스’라는 내러티브가 견제 없이 주가 부양과 예산 확보를 위해 질주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민을 향한 기만적 홍보다.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 안보” “수소 생산” “국가 경쟁력” 등 미사여구 뒤에는 기술적 불확실성, 안전성 미검증, 핵폐기물 처리 불능, 고비용 구조 등 냉혹한 현실을 숨기고 있다. 학계와 핵산업계는 기만적인 내러티브로 정부를 압박하고, 정치권은 수출 확대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부풀린 허구 아래 쉽게 포섭된다.
이 문제는 찬핵·반핵이라는 진영 논리의 문제가 아니다. 과학적 검증과 경제적 타당성이라는 기준을 벗어난 채, 조작된 수요에 기반한 정경유착형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가상 수요가 아니라, 실질적인 수요와 과학적 합리성에 기반한 에너지 정책이다. 세계에서 가장 원전 밀집도가 높은 대한민국에서 SMR이 과연 안전하고 경제적인 선택인지, 원자력계가 주장하는 대로 유일한 미래 산업인지에 대해 냉정하고 이성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통영에서 여수까지 시외버스로 3시간이 걸렸다. 두 도시 간의 거리는 127㎞에 불과한데 4곳이나 경유하니 그토록 많은 시간이 걸린 것이다. 지금은 잊고 살지만 실상 통영의 뿌리는 여수다. 1602년 전라도 여수에 있던 삼도수군통제영(통영)이 경상도 고성현 두룡포로 이전하면서 통영이 탄생했다. 1895년 폐영될 때까지 통영은 경상도도 전라도도 아닌 ‘특별자치구역’으로 존재했다. 여수의 전라 좌수영도, 부산의 경상 좌수영도 통영 소속이었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이들 해안 도시 간에 교류가 활발했고 그 전통은 1990년대까지도 이어졌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에도 내내 여수와 통영, 부산 사이에 여객선이 운항됐다. 1971년 4월19일부터는 초쾌속선 엔젤호가 취항하면서 이들 도시 간의 거리는 더 좁혀졌다. 엔젤호는 통영~여수, 통영~부산을 85분 만에 주파했다. 고속 운항 시 수중 날개로 선체가 부상하도록 설계돼 있어 2~3m의 높은 파도에도 운항이 가능했다. 해상교통의 혁명이었다.
그 후로도 교통수단은 더욱 발전했는데 어째서 현재 통영~여수 간 대중교통 시간은 더 늘어난 것일까? 바다를 버렸기 때문이다. 해상교통을 버리고 육상교통 수단에만 ‘올인’했기 때문이다. 이 항로는 남해고속도로의 개통과 함께 여객이 줄어들면서 단절됐다. 바다는 그 자체로 고속도로다. 그런데 거저 쓸 수 있는 바다 고속도로를 버리고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부어 육상의 도로나 교량 건설만을 고집한 결과 오히려 53년 전보다 두 도시 간 대중교통이 퇴화한 것이다.
이 항로에는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때 여수와 부산을 잇는 대형 크루즈가 잠깐 오간 적이 있다. 또 2021년 해양수산부가 여수~부산 항로에 부정기 여객선 부활을 시도한 적도 있지만 무산됐다. 관광과 해상교통 결합 상품으로 뱃길 복원을 시도한 것인데 결국 사업성 부족으로 불발됐다. 하지만 관광 크루즈와 해상교통을 결합해 성과를 내는 사례도 있다. 포항~울릉도 항로의 울릉크루즈다. 대형 크루즈선 투입으로 연간 140일에 달하던 결항일은 절반이 줄었고 휴지기이던 겨울 관광객도 새롭게 창출됐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 남해안권발전종합계획을 확정했다. 이 계획은 부산, 전남, 경남 등 남해안 3개 시도가 공동 입안하고 정부가 승인한, 남해안의 경제·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 종합계획이다. 2030년까지 10년간 96개 사업에 20조5495억원(기반시설 제외)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광역 관광벨트 조성, 미래산업 육성, 산업·관광 거점을 연계한 인프라 구축, 동서 상생 협력 사업 등을 추진해 남해안을 새로운 국토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게 목표다. 그에 따라 3개 시도는 남해안 테마 섬 개발 관광벨트, 동서 상생 협력 벨트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 계획에는 동서 해저터널 및 남도 2대교 개통 등 육상 도로 교통 개발 계획이 들어 있다. 하지만 해상교통 활성화 계획은 없다. 해상교통 활성화 없이 테마 섬을 개발한들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남해안권에 이미 수많은 도로와 해상 교량들이 만들어져 있는데 결국 또 육상 도로와 교량 건설만 하겠다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그 육상 도로들만으로 남해안권이 살아날 수 있을까? 이미 건설된 수많은 도로와 교량들을 보면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지역이 나아졌는가? 빨대효과만 극대화되지 않았는가? 육상교통은 더 이상 새로운 동력이 되지 못한다.
해상교통 활성화야말로 남해안권 도시와 섬들의 미래에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다. 남해안권발전종합계획에 여수~통영~부산의 남해안권 해상교통 복원을 포함시킬 것을 촉구한다. 이 뱃길에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노선을 설계하고 그에 맞는 초쾌속선을 투입하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해상교통 복원은 개인 사업자들에게 맡겨서 될 일이 아니다. 오랜 기간 해상교통과 멀어진 국민의 감성을 되찾아주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꼭 남해안권발전종합계획이 아니어도 좋다. 해수부에서 여객선 공영제로 여수~통영~부산 간 여객선 항로에 금오도, 사량도 같은 섬들을 포함해 복원을 추진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기존 사업자가 없으니 진입 장벽도 없다.
해수부는 북극항로 개척만이 아니라 53년 전보다 퇴보한 남해안권 해상 항로 또한 활성화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쇠락한 남해안 도시와 섬들을 살리는 지름길이다. 바다 고속도로 활용 없이는 섬 활성화도 해양시대도 없다.
■ 영화 ■ 퇴마록(캐치온1 오후 7시35분) = 해동밀교는 수백년간 은거하며 절대 악의 부활을 막기 위해 활동해온 비밀 종교 단체다. 그러나 해동밀교의 145대 교주는 절대 악의 힘을 얻어 초인적인 존재가 되고자 생명을 제물로 바치는 의식을 시작한다. 해동밀교의 호법 전사들과 파문당한 신부 박운규, 무공이 뛰어난 현암, 예언 능력이 있는 준후, 고고학도 승희가 힘을 모아 거대 악에 맞선다.
■ 예능 ■ 유 퀴즈 온 더 블럭(tvN 오후 8시45분) = 배우 김태희, 레이싱 선수 신우현, 심리학 교수 안우경 등이 출연한다. 할리우드에 진출한 김태희는 미국 드라마 <버터플라이>의 섭외·촬영 비화를 밝힌다. 한국인 최초로 FIA F3 챔피언십에 진출한 신우현은 카 레이싱의 세계를 소개한다. 한국인 최초로 아이비리그 정교수가 된 안우경은 예일대 학생들이 뽑은 최고의 심리학 명강의를 선보인다.
의성 창길리 ‘민원 해결사’로 변신
일꾼의 탄생 2(KBS1 오후 7시40분) = 경북 의성 창길리에 방문해 마을 어르신들의 민원을 해결한다. 마을에서 재배하는 홍고추를 수확하고 마늘을 손질한 뒤, 비닐하우스에 차광막을 씌운다. 다음으로 어르신들의 점심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의성 공설전통시장을 찾아 식자재를 고른다. 시장에서는 마늘호떡을 맛보며 잠깐의 휴식을 취한다. 마지막으로 의성 자두를 홍보하는 특별한 영상을 제작한다.
우주로 떠난 어린이 과학 탐험대
Why?(KBS2 오후 5시) = 호기심 많은 어린이 ‘엄지’와 ‘꼼지’가 인체, 자연, 우주의 신비를 탐구하고 과학 지식을 배운다. 이날 방송에서는 지구 주변을 맴도는 인공위성과 태양계 탐사선을 살펴본다.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 처음으로 수성에 근접한 마리너 10호, 목성과 토성을 탐사한 보이저 1호와 2호에 관해 공부하고, 화성 탐사로봇과 국제우주정거장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이 세계경찰 역할을 그만둘 것이라는 전망은 성급한 예단이었다. 트럼프 정부는 태국·캄보디아에 분쟁을 멈추라고 경고했고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평화협정을 중재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휴전 협상도 손을 댔다 뗐다 변덕을 부리긴 했지만 개입의 끈을 놓지 않았다. 트럼프가 노벨 평화상을 받고 싶어 온갖 분쟁에 참견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가자지구 문제에선 트럼프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가 목소리를 낸 순간이 없지는 않았다. 그는 지난달 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가자의 굶주림이 심각하다. 지원을 더 많이 하겠다”고 했고 가자에 기아가 없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스타머가 트럼프에게 뼈만 남은 가자 주민들의 사진을 보여준 게 주효했다. 그러나 얼마 후 트럼프가 앙상하게 마른 이스라엘 인질의 사진을 봤고 네타냐후의 가자 점령 계획을 내버려두기로 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가 사진 몇장에 갈대처럼 흔들리는 사이 중동은 네타냐후 천하가 됐다.
최근 이스라엘은 국경의 개념을 상실한 것처럼 활개치고 있다. 지난 6월 이란을 폭격한 데 이어 지난달 시리아 수도를 공습했다. 그리고 이달 초 가자지구를 완전히 점령하겠다는 계획을 기어이 공식화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에 사는 팔레스타인인을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해결’할 심산인 것으로 보이는데, 굶겨 죽이거나 강제로 이주시키는 것이다. 모두 현재 진행 중인 일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3월 가자지구를 봉쇄해 구호식량 반입을 차단했다. 지난달 구호품 공중투하를 허용했지만 230만 주민의 굶주림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얼마 안 되는 식량을 남들보다 먼저 차지할 힘이 없는 여성과 어린이부터 희생양이 되고 있다. 이 비극의 목격자여야 할 기자들, 24시간 밀려드는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의사들도 영양실조로 쓰러지고 있다. 기아로 250명 이상이 숨졌고 이 중 100명 이상이 어린아이다.
강제 이주 작업은 가자 주민을 받아줄 제3국을 물색하는 일과 가자 평탄화 등 투 트랙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BBC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지난 3월 이후 가자 전역에서 건물 수천채를 철거했다. 주민들이 돌아갈 집을 남겨두지 않겠다는 게 목적이다.
전쟁 중 공습으로 민간인이 다치거나 숨지는 것은 전쟁의 일부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기아와 강제 이주는 전쟁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부수적 피해가 아니다. 이스라엘 정부·군·의회 관계자들은 팔레스타인의 “완전한 절멸”을 주장하고 이스라엘의 임무가 “가자를 지구상에서 지워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 출신의 집단학살(제노사이드) 연구자 오메르 바르토브 브라운대 교수는 이에 대해 “가자지구를 팔레스타인인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공언한 것이며 현재 이스라엘의 행위는 이 의도를 실행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가·민족·인종·종교 집단을 전체적 또는 부분적으로 파괴하려는 의도로 하는 모든 행위’를 국제법은 제노사이드라고 규정한다. 지난달 말 이스라엘 내 유력 인권단체 2곳은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제노사이드를 자행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스라엘의 저명한 언론인 기드온 레비도 가자지구 상황에 대해 “이 공포를 온전한 이름으로 불러야 할 때가 왔다. 이것은 제노사이드이고 한 민족의 절멸”이라고 개탄했다. 역설적이게도 제노사이드라는 단어는 홀로코스트 연구 과정에서 탄생했다. 홀로코스트 피해자였던 유대인들이 또 다른 제노사이드의 가해자가 되고 있다.
그런데도 주요 강대국들은 한가하다. 영국·프랑스·캐나다가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을 추진하긴 하지만 이는 이스라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유럽연합이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기아 해결을 촉구하고자 준비한 공동성명에는 독일 등 8개국이 서명하지 않았다.
외신은 먹지 못해 배가 부풀고 갈비뼈가 드러난 가자 어린이들의 사진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제노사이드가 랜선과 와이파이를 타고 전 세계로 중계되는 시대다. 온 인류가 이 고통을 목도하면서도 방관한다면 역사는 우리를 반인륜적 범죄의 공범으로 기록할 것이다. 결국 열쇠는 트럼프가 쥐고 있다. 미국이 나서지 않는 한 이스라엘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트럼프가 가자지구를 외면한다면 그의 노벨 평화상 타령은 헛소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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